문제풀이에 강한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개발자와 관련 전공조차 이수하지 않은 개발자. 둘 중 더 쓸 만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느 쪽일까.
전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넥슨의 인공지능(AI)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을 총괄하는 강대현 부사장의 시각은 다르다. 인간을 대신해 AI가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문제를 잘 풀기보다는 잘 내는 IT 개발자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 부사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 토크콘서트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넥슨에서 주최한 청소년 코딩 대회인 NYPC와 함께 진행되는 행사다. 행사에선 강 부사장을 비롯한 IT업계 전문가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 부사장은 "사람이 직접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잘 정의해 AI에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라면서 "명확하지 않고 범위가 넓은 문제에 직면해야 하는데 공부 잘하는 학생이 이 지점에서 많이 혼란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딩을 그냥 하기보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코딩 지식을 쌓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활용해 이용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넥슨은 AI를 활용해 슈팅게임 등에서 경쟁상대 위치를 집어내는 해킹 툴을 잡아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상한 이용 패턴을 보이는 이용자의 화면을 AI로 분석해 해킹 툴 여부를 판별, 공정한 게임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IT교육기업 멋쟁이사자처럼 이두희 대표는 코딩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멋쟁이사자처럼이란 회사는 전국 소방차의 도착시간 데이터를 집계해 지도상에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차가 늦게 도착하는 지역을 파악해 차량을 얼마나 늘려야 할지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개발자 또한 5000만명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자신의 부모와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많이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가 뛰어난 개발자"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콩돌이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진호 씨와 이수현 씨는 코딩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드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콩돌이프로덕션은 공대생들이 코딩과 하드웨어 지식을 활용해 AI 스피커 등을 스스로 제조하는 콘셉트다.
이수현 씨는 "주변 친구들이 모두 비트코인에 빠져 하루 종일 차트만 보고 있자, 코인 가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AI 스피커를 직접 만들었다"면서 "이 같이 코딩 지식을 활용하면 하드웨어와 결합해 로켓, 자율주행차 등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넥슨을 비롯한 인터넷기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수업료를 내거나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손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이목을 끈다.
네이버는 IT 교육 전문 사회공헌재단인 커넥트재단을 통해 다양한 무료 온, 오프라인 코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야 놀자’는 집이나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강의를 하는 코딩 교사를 선택해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 4월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카카오임팩트에서 제주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7월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도내 중, 고등학생에게 코딩 실습 교육을 시키는 ‘카카오와 함께 하는 생활코딩 캠프’를 진행한 바 있다.
구글코리아는 작년 6월부터 여름, 겨울방학 시즌마다 온라인 코딩 교육 프로그램인 ‘코딩야학’을 열고 있다. ‘코딩야학’ 홈페이지(coding.yah.ac)에서 코딩 입문 동영상 강의인 WEB1이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프로젝트 트랙’을 신청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