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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명 몰린 '유튜브 세상' 가보니…연예인 따로없네

  • 2018.08.20(월) 16:42

CJ ENM, 1인 창작자 축제 '다이아페스티벌' 열어
"동영상 즐기는 'Z 세대'의 축제로 거듭나"

▲ 인기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다이아페스티벌'에 참석해 운집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왔나봐! 왔나봐! 대박! 꺄아아아아~!!"


1인 창작자(유튜브 스타·크리에이터) 업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대도서관'이 등장하자 구름처럼 모여든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반겼고, 게임 크리에이터 '머독'과 셀카를 찍은 22세의 여성 팬은 손을 바르르 떨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뿐만 아니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 '헤이지니'와 '럭키강이'가 이벤트를 통해 벌칙 음료를 먹게 되자 그걸 대신 마시겠다는 아이들이 일제히 고사리손을 들며 병아리처럼 웃고 떠들었다.

 

CJ ENM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아시아 최대 1인 창작자 축제 '다이아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 뽀로로를 제치고 '초통령'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헤이지니'를 보기 위해 모인 부모와 아이들.[사진=김동훈 기자]

 

◇ 4만3천여명 몰린 1인 창작자 축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 행사에 이틀 모두 참석해봤다. 이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4만3000명이 몰렸다. 가장 멀리서 온 팬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에선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는데, 같은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었다. "캐나다 퀘벡에서 16시간 비행기 타고 왔어요."

'LIGHT NOW'(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의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번 행사는 ▲게임(15~29세 남성) ▲뷰티(15~29세 여성) ▲뮤직·엔터테인먼트(15~29세 남녀) ▲푸드·키즈(가족) 등 장르와 타깃을 매칭한 맞춤형 무대를 각각 구성했다. 이로 인해 고척스카이돔 야구장은 마치 4개 야구팀 팬들이 4개의 장소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함성이 가장 큰 곳은 게임 쪽이었다. 많은 남성팬을 몰고 다니는 크리에이터 '유소나'가 "내가 솔로인 이유는?"이라고 퀴즈를 내자 수백명의 팬들이 약속이나 한 듯 고함을 지르며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하이라이트는 대도서관이었다. 그가 등장해 양팔을 펼치자 만루 홈런이 터진 야구장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팬들은 대도서관이 "R이 뭐죠?"라고 혼잣말 같은 한마디를 해도 숨죽여 귀를 기울이다가 "레어!"라고 소리를 치며 그의 공개 생방송을 즐겼다.

다소 조용한 분위기의 뷰티 분야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듯한 '열공모드'의 팬들이 많았다. 무대 앞에 오른 뷰티 크리에이터가 "늘어진 모공을 위해선 이중세안은 피해야 하고, 음~제가 피지 조절에서 효과를 본 성분이 두 개 있는데요"라며 피부 관리의 노하우를 전하자 순간 정적이 흐를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크리에이터 '머독'과 셀카를 찍고 악수를 한 이 팬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김동훈 기자]

 

뮤직·엔터 분야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른 분야 팬들도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음악과 춤이 눈길을 끌었다. 가령 '피아노 치는 이정환'이란 크리에이터가 무대에서 손과 발을 모두 쓰는 등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하며 피아노를 칠 때, '느낌적인 느낌'이 코믹한 춤을 추며 노래할 때는 '지나가던 아재'들도 발을 멈추게 했다.

키즈 분야 무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서 그런지 상당히 힘든 표정의 부모들이 많았는데, 이들 역시 헤이지니·럭키강이·허팝 등 인기 크리에이터를 만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 자녀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허팝을 보려고 3시간이나 줄을 섰는데 왜 못 보냐"며 주최 측에 항의하는 부모도 있었고 "아이들이 허팝이나 헤이지니가 유튜브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해서 너무 좋아 한다"는 부모도 있었다.

이들 외에도 씬님·원밀리언·밴쯔·테스터훈·보겸 등 국내 톱 크리에이터 약 100개 팀이 1년간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며 팬들과 만났다. 주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시청자를 만나던 크리에이터들은 팬을 직접 대면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뿌듯하다는 경우가 많았다.

 

크리에이터 '오늘의 하늘'은 "온라인에서만 대화하고 소통했던 팬들인데 오프라인에서 저를 만나고 너무 즐거워 해주시니까 기쁘다"며 "프로 유튜버가 되겠다. 100만 구독자를 확보할 것"이라며 당차게 말했다.

CJ ENM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들이 각자 채널에서 이번 무대를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팬들과 소통하며 준비한 덕에 팬들에게 더욱 즐거운 무대가 마련된 것 같다"며 "실제 행사의 경우도 팬들이 크리에이터와 직접 사진을 찍고 하이파이브 등을 할 수 있는 '하이터치' 행사를 거의 하루종일 진행하는 소통의 자리를 신경 써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다이아 페스티벌에 참여한 크리에이터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CJ ENM]

 

◇ Z세대 즐길거리 넘어선 꿈'…"크리에이터"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되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며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즐기는 특징이 있다)의 '유튜브 스타'에 대한 열광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지 모른다. 'TV에 나왔으면 좋겠다'던 아이들은 Z 세대에게 용돈을 주는 중장년이 됐다.

 

Z세대가 자라 현재의 중장년을 대체하고 핵심 경제활동인구가 됐을 때 미디어를 둘러싼 생태계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는 각계각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브랜드나 연예인이 점유하던 화장품 관련 시장에 뷰티 크리에이터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스스로 광고 모델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동영상을 즐기는 온라인 플랫폼의 중심이 미국 사이트인 '유튜브'란 점은 상당히 아쉽지만,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서는 수준인 점도 주목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 크리에이터가 순위권에 오른지 오래다. 연예인이 꿈이던 아이들이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방탄소년단이 됐듯 '유튜브 스타'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각종 행사에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채널명 작명 배경과 인기 비결 등을 진지하게 묻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 헤이지니가 어린이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CJ ENM]


◇ 유튜브 스타 되고 싶니?…"잘하는 분야 찾아 꾸준히"

 

그렇다면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직업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기자가 만난 '헤이지니', '공대생 변승주', '보겸', '테스터훈' 등은 "크리에이터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크리에이터 '공대생 변승주'는 "유튜버가 보기엔 재밌고 쉬워 보여도 쉬운 일은 아니다.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사랑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버를 꿈꾼다면 포기하지 마라"고 했다.

보겸도 "크리에이터도 재능이 있어야 잘 할 수 있다"며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무모하다.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천천히 시도하되, 인위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내 스타일을 진정성 있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헤이지니의 경우 "키즈 크리이터도 직접 해보면 쉽지 않다"며 "장난감을 여는 것부터 모든 게 아이디어 싸움이다. 특히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점 Z 세대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크리에이터도 눈길을 끌었다.

'테스터훈'은 "유튜브에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며 "당장 오늘의 조회 수를 위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처럼 길게 보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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