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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사·교사·은행원의 유튜브 성공기

  • 2019.07.17(수) 16:20

전문성 바탕으로 쉽고 재미있게
"새로운 기회·꿈도 찾아"

17일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한 유튜버들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닥터프렌즈(오진승, 우창윤), 댈님(김지아), 차산선생법률상식(박일환), 과학쿠키(이효종). [사진=유튜브]

#1. 박일환 전 대법관(현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은 제2의 인생을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개척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차산선생법률상식'이란 채널을 유튜브에 개설하고 다양한 법률지식을 약 6개월 전부터 동영상으로 전달하면서 구독자 2만4000명을 모았다.

#2.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쳤던 교사 이효종 씨는 유튜버로 활동하기 위해 과감하게 교편을 내려놨다. 과학을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일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기회와 꿈을 찾았다"고 말한다.

법률·의·과학·금융 등 전문 분야 종사자들의 온라인 지식공유 활동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로 진화하고 있다. 은퇴한 대법관, 군의관 시절 인연을 맺은 내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 결혼·육아와 함께 퇴직한 은행원, 고교 물리 교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유튜브에 뛰어들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17일 유튜브가 서울시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개최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선 이런 '지식공유 유튜버'들이 소개됐다.

우선, '닥터프렌즈'란 채널을 운영하는 오진승(정신건강의학과), 우창윤(내과), 이낙준(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현직 의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채널 구독자수가 23만명에 달하고 누적 조회수도 1900만회에 달한다. 인기 유튜버 못지 않은 규모다.

자칫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의료 정보를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쉬운 언어로 전달하면서도 의학 드라마 리뷰 등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도 올리고 있는 덕이다.

우창윤 전문의는 "아픈 가족이나 친구가 물어보면 쉬운 비유를 들어가며 시간을 들여 얘기하는데, 진료실에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유튜브에서 가족·친구들에게 말하듯 설명하면 유익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군의관 시절 인연을 맺은 이들은 처음에는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거기서 하면 누가 보겠느냐고 말렸다고 한다. 그래서 유튜브가 눈에 띄었지만, 고민이 없진 않았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의료 정보 같은 것에 관심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비의료인 입장에서 궁금해 할만한 아이템을 논의하고 댓글·메일 등을 통해 맞춤형 정보를 전달한 결과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바쁜 전문의들이기 때문에 한달에 한두번 만나 최대한 많은 영상을 찍은 뒤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는 패턴도 갖췄다.

오진승 전문의는 "조현병이나 게임 중독 등 최근 이슈 등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며 "1년 전 운영을 시작할 때는 많은 분들이 걱정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각자 병원과 학회에서도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건강한 취지를 인정받아 조혈모세포·장기기증 분야 홍보대사로도 선정됐다고 한다.

여전히 신경 쓰이는 대목은 구독자 수나 조회수만을 겨냥한 콘텐츠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우창윤 전문의는 "정확한 의료 정보 전달이 가장 신경 쓰인다"며 "단정적인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연구결과 위주로 얘기하되, 재미와 잘 버무리고자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이들 역시 이같은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환자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고, 선한 영향력을 기존보다 널리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뿌듯하다고 한다.

23만명이란 구독자 규모를 보면 수익도 많이 챙길 것 같으나, 그렇진 않다고 한다.

이들은 "구독자 수 10만명만 돼도 중소기업 부럽지 않다는 말을 들어 그러면 의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정말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삶의 활력소, 공부하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 구글이 수익성 부분을 좀 더 배려해주면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공유 유튜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이날 함께 무대에 오른 박일환 변호사는 '국내 최초 대법관 출신 유튜버'라는 타이틀로 소개됐다. 실제로 영상을 보면 고도의 촬영 기술이나 편집이 가미되진 않았으나, 흔히 접하기 힘든 법률 정보를 전 대법관의 입으로 듣는다는 점이 특장점으로 파악된다.

그의 유튜브 데뷔는 딸의 조언 영향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딸이 "회사 사장이 전국을 다니며 강연하는 걸 봤는데, 유튜브가 더 효과적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활동하면 훨씬 많은 사람에게 그동안 쌓은 경험을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직 대법관이란 사회적 지위 때문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것이 부담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어떻게 하는지 몰라 망설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히려 유튜브 활동을 통해 과거 자신이 했던 판결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기회도 됐다며 미소지었다.

전 대법관에 대한 대체적 편견과 달리 유머 감각과 젊은 사고 방식도 갖춘 점이 유튜브와 같은 곳에서 통하는 비결로도 보인다.

박 변호사는 "제가 올린 동영상에 잘못 댓글 달면 경찰이나 법원에서 강제 팬미팅 할 수 있어 '댓글 청정구역'이란 말이 있더라"면서 "유튜브를 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판결이 시대가 바뀌면 반대로 판결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솟아 시간도 잘 간다"며 웃었다.

이밖에 '과학쿠키'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이효종 씨는 고교 물리 교사였으나 유튜브 활동을 더욱 활발하고 자유롭게 하기 위해 교편을 내려놨다. 19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누적 조회수도 900만회에 달하지만, 단지 이런 숫자만이 이 씨가 교편을 내려놓고 유튜브에 뛰어든 배경이 아니다.

그는 "저를 유튜브 하기 전과 이후로 나누게 된다"며 "제가 올린 동영상을 본 영향으로 과학고에 입학했다는 얘기도 듣고, 과학을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과학을 더욱 새롭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이런 기회와 꿈을 만들어준 플랫폼이 유튜브"라고 강조했다.

금융 전문 채널을 운영하는 '댈님'(본명 김지아)은 은행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고보면 쉽지만 잘 모르는 재테크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결혼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김 씨는 유튜브를 통해 전문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삶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아 씨는 "재테크 동영상은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구독자들과 함께 6개월에 1000만원 모으기 프로젝트 등 시청자의 지갑이 풍성해지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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