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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AI]㉒군사전략도 인공지능 시대

  • 2018.10.05(금) 17:12

AI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군사력 끌어올려
인력·예산 효율화…살상무기 발전 우려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시장·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고 들었죠.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AI가 현실화 된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보그, 로봇전사까지는 아직 먼 얘기 같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라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 AI와 현실에서 구현된 AI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한국 사람이라면 군대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속을 끓인 경험이 한번쯤 있으실 겁니다. 남성 분이라면 2년 가까이 군 복무를 하면서 제대 날짜를 손 꼽아 기다리셨겠지요. 그 동안 군대에 간 자녀나 애인을 둔 분도 애가 타셨을 겁니다.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자는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병사의 숙련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군대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효율적으로 전투력을 높인다면 어떨까요. AI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해 빠르게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영화 '엔더스 게임'에는 10대 소년을 군 함대 지휘관으로 키우는 AI 기반 훈련 프로그램이 나오는데요. 영화를 통해 AI를 도입한 군대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봤습니다.

 

 

◇ 실제 전쟁상황처럼 시뮬레이션

 

영화는 외계종족인 포믹의 침공에 맞서 청소년 중 군 정예요원을 선발해 핵심 간부로 양성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지능과 신체능력을 보유한 청소년을 데려다 전시 의사 결정 능력과 순발력을 시험, 훈련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주인공인 엔더는 어릴 적부터 비상한 두뇌 회전으로 학급에서 두각을 보이다가 군 지도부의 눈에 들게 됩니다. 엔더는 포믹에 대응하는 정예요원으로 뽑혀 훈련을 받습니다.

 

훈련과정에서 군 지도부는 엔더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엔더의 뇌파를 감지해 감정과 인지수준을 파악, 이에 맞춰 그를 시험에 들게 하는 테스트를 생성합니다.

 

예컨대 엔더가 계속해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자, 실패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가 나오는데요. 독이 들어 있는 성배 두 잔을 주고 고르게 하는 식입니다. 엔더는 어느 쪽을 택해도 죽을 수밖에 없으니 아예 성배를 준 괴물을 죽이는 선택을 하는데요. 이를 본 군 지도부는 그가 과감하게 결단할 수 있음을 간파해 특진을 시킵니다.

 

특수부대 지휘관으로 진급한 엔더는 요인들과 함께 집단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 전쟁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화면을 보면서 엔더는 의사 결정 능력을, 요원들은 임무 수행 능력을 훈련합니다. 엔더와 요원들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프로그램 난이도 또한 높아지는 식입니다.

 

AI 기반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 엔더는 군 함대 전체를 이끄는 총사령관으로 승진하게 되는데요. 승진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테스트에서 엔더는 난이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포믹을 전멸시키다시피 합니다. 테스트를 마친 후 엔더는 이상하리만큼 환호하는 군 지도부를 보게 됩니다.

 

여기엔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알고 보니 마지막 테스트는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훈련이었던겁니다. 포믹 종족 자체를 멸종시키려 했던 엔더가 죄책감을 느끼고 군을 이탈, 포믹이 다시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 엔더가 실제 전쟁상황을 재현한 AI 기반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네이버 영화]

 

◇ 전투력 끌어올리지만…윤리문제 도마 위

 

영화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군사 훈련을 진행합니다. AI를 통해 군인의 감정과 전투력을 학습한 후 이에 맞춰 전쟁상황에서 겪을 법한 심리적 압박을 가해 시험하거나 실제 전쟁처럼 훈련하도록 하는 식입니다.

 

현실에서도 군대에 AI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공군은 공군용 AI인 '알파'를 도입해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한 바 있는데요. 알파는 시뮬레이션에서 베테랑 파일럿인 미군 전투비행교관을 압도적으로 이기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작전 지휘 체계에 AI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오는 2025년까지 군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AI 결심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요. 이 시스템은 최근 5년간 누적한 북한 군의 지형, 기상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작전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같이 군대에 AI를 적용한다면 인력과 예산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10대 소년을 훈련시켜 군 총사령관으로 키운 영화처럼 병력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 군 복무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AI가 군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대량 살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아군과 적군에 대한 정보를 학습, 대응하는 AI가 자칫 사람을 무차별하게 학살하는 살상무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인터넷기업 구글이 미군과 손 잡고 AI 기반 드론 시스템을 개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직원과 이용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비판이 빗발치자 구글은 군대의 훈련, 탐색, 구조 활동 이외의 부문에선 협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군대에 AI를 적용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무차별한 대량 학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윤리적 고민을 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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