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포털 네이버가 모바일 앱 첫 화면을 구글처럼 단순하게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 등의 콘텐츠가 잔뜩 깔려있었는데요. 이제는 크게 초록색 검색창, 터치 한번에 다양한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는 버튼 '그린닷'만 남았습니다. 날씨 정보와 디스플레이 광고도 남아있지만, 검색창 하나 정도만 있는 구글과 매우 비슷해졌습니다.
네이버의 이런 변신은 댓글 여론조작으로 재판 중인 '드루킹 사건'과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물론 있습니다만 네이버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측면이 더욱 강해 보입니다.
잠깐 배경 설명을 하면, 네이버는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국내 1위로 자리 잡은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글·유튜브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외국 플랫폼의 높은 성장성이 두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16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올 1~9월 전국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2만3000명 표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가장 많이 성장한 앱 9개 중 1위는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였습니다.
앱 설치·사용자·사용시간·실행횟수 등 소비자 사용 정보를 종합하면 유튜브의 점수는 1월 초 4788점에서 9월 말 5392점으로 성장했죠. 유튜브 국내 사용자는 1월 2880만명에서 9월 3109만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어 삼성 페이, 인스타그램, 카카오 페이지, 티맵, 카카오맵, 당근마켓, 넷플릭스, 토스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3000만명이 쓴다는 네이버는 순위에 없었습니다. 네이버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성장성 측면에선 떠오르는 앱에 비해 약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네이버 모바일에 적용된 '그린닷'의 사용 시나리오 [자료=네이버] |
이처럼 위협받는 온라인 플랫폼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네이버가 모바일 앱을 개편한 것으로 보면 '앱' 위주로 개편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모바일 웹과 PC 버전은 당장 선보이지 않았는데요.
앱이 웹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사용자가 대체로 로그인을 하고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양한 앱을 깔고 쓸 때 개인정보를 넣고 가입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 보면 앱은 가입자 정보를 기반으로 뉴스·상품 추천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시대에서 가입자 정보는 필수적입니다.
더 나아가 쇼핑 결제를 통한 수익화도 수월해집니다. 로그인하지 않은 웹 사용자에 비해 정보 습득→결제까지 가는 단계 중 결정적 대목인 '구매자 정보 입력'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입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N페이도 활성화할 수 있겠죠.
즉 앱 사용자는 일종의 멤버십에 가입해 전용 카드를 보유한 '단골 고객'이 될 수 있는 반면 웹 사용자는 지나가는 손님이라 모시기 어렵다는 것이죠.
김광현 네이버 서치앤클로바 리더는 "앱에선 다양한 인터랙션(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웹에선 이를 모두 구현하기 어렵다"며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의 경우 (사용자 데이터를 알 수 없으므로)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보는 뉴스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네이버 앱과 웹 사용자 비율은 어떨까요.
코리안클릭 기준 네이버 모바일 앱 사용자(10월1~7일)는 약 1980만명이고, 모바일 웹 사용자는 940만명 정도입니다. 대략 7대 3인데요. 이번 개편으로 웹에 있는 3도 데리고 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