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촌동생의 온라인 게임 아이디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말수 적고 침착한 성격인데 게임 아이디는 알렉산더 더군요. 게임에서 만큼은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못지 않게 적군을 호령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청년도 게임 안에서 위용을 뽐내는 장수가 되기도 합니다. 현실과 달리 화려하고 멋진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일상으로 돌아올 때면 게임 속 짜릿함을 잊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하는 게임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해 오프라인에서도 재미를 느끼도록 한 '함께 해요, 카카오 게임' 전시전이 열린 것입니다.
'함께 해요, 카카오 게임'은 온라인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 온라인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모바일 경주게임 프렌즈레이싱의 재미를 현실로 옮겼는데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서울 마포구 홍대 카카오프렌즈 뮤지엄에서 열리는 이 전시전에 직접 가봤습니다.
전시전에 찾아가니 입구 벽면에서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의 3D 영상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드는 라이언을 보니 게임 속 세상에 초대된 기분이 들어 두근거렸습니다.
▲ 카카오게임 뮤지엄 앱을 실행하니 전시장을 비추는 화면에 라이언 AR 이미지가 겹쳐서 나온다. |
입구에 들어서기 전 '카카오게임 뮤지엄'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도록 하고 있는데요. AR 서비스를 즐기고 체험공간에서 미션을 수행하도록 해 전시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앱입니다. 앱을 켜니 화면 안에 AR 형태의 라이언이 등장해 따라오라며 손짓하더군요.
가장 먼저 배틀그라운드 낙하산 하강 체험공간이 나옵니다. 배틀그라운드에선 전투를 벌이기 전 낙하산을 타고 섬에 착륙하는데요. 이 같이 고공에서 떨어지는 짜릿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체험공간에선 낙하산 장비를 찬 채 VR 영상을 즐기도록 했습니다.
VR 기기를 쓰자 눈 앞에 자연경관이 펼쳐지더니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와 실제로 비행하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낙하산이 덜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앞으로 꺾이자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습니다.
VR 영상을 보면서 온갖 호들갑을 떨어 멋쩍었는데요. 다행히 저처럼 생생한 체험에 놀란 방문객이 무수하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배틀그라운드 체험공간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습니다.
▲ 배틀그라운드 낙하산 하강 체험공간 |
다음으로 프렌즈레이싱 체험공간이 나왔습니다. 이곳엔 체험용 자동차가 줄지어 있고 차량 앞에 프렌즈레이싱 게임 화면을 그대로 옮긴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는데요. 자동차 핸들을 돌려 운전하면 모니터 속 레이싱카가 따라서 움직이는 식입니다.
스마트폰 버튼으로 조작하던 프렌즈레이싱을 직접 운전하며 즐기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장애물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핸들을 돌려 피해야 했는데요. 정신 없이 팔을 움직이니 게임을 마치자 이마에 땀이 났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검은사막 체험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엔 게임 속 숲과 대지가 펼쳐지는 디스플레이, 캐릭터 의상을 입은 마네킹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재현하면서 벽면을 중세 성처럼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검은사막 AR 촬영을 직접 해본 모습 |
검은사막 캐릭터가 나오는 배경에 방문객을 합성하는 AR 촬영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후 '카카오게임 뮤지엄' 앱에 들어가 현장에서 발급받은 비밀먼호를 입력하면 사진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AR 촬영 공간에선 일본인 관광객이 한참 동안 사진 찍다가 가기도 했는데요. 또 다른 전시전 직원은 "전시전에 있는 게임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전투요원, 프렌즈레이싱의 카레이서, 검은사막의 마법사가 된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면서 국내외 방문객이 몰리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만 느끼던 재미를 오프라인에서 이어가고 싶다면 한번쯤 전시전에 가봐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