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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8년 공들인 '양자암호' 탄력받나

  • 2019.06.17(월) 16:13

국회·정부 나선 포럼서 산업위원장 맡아
박정호 사장 "아직 미약…적극지원 부탁"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자정보통신포럼(공동대표 : 김성태·변재일 의원) 창립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SK텔레콤의 양자(Quantum)암호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회와 정부, 산·학·연 전문기관 및 기업들이 양자정보통신 분야 협업을 위한 양자정보통신포럼을 창립했는데, SK텔레콤 쪽이 포럼의 산업 분야 위원장을 맡는 등 사실상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8년 전부터 양자암호 사업에 본격 발을 들인 SK텔레콤이 이번 기회에 말 그대로 '퀀텀점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식을 열었다. 포럼은 미래 정보통신 산업의 핵심 기반 기술인 양자정보통신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치권과 산학연이 협업하려는 차원에서 발족됐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 운영위원회를 이끌고, 산업기반 전문위원회는 SK텔레콤의 박종관 상무(5GX랩 기술원장)가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은 해당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1년부터 양자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해왔다"며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우리나라 4차산업 핵심분야인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2016년에 세계 최초로 LTE 망에 양자암호통신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5G 핵심구간에도 적용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이다.

양자정보통신은 국내에선 현재까지 생소한 분야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켓리서치미디어(Market Research Media)에 따르면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4조원에서 매년 22% 정도 성장해 오는 2025년 37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오는 2025년 1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 사장은 이와 관련 "국내 양자정보통신산업이 1조원이 넘는 시장이 될 수 있을지 현주소를 진단해보면 아직은 미약하다"며 "2017년 기준으로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약 4년의 기술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내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장기 연구에 대한 부담과 초기 시장의 불확실성 문제로 본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016년 말 기준 (한국의) R&D 투자 수준이 20개국 중 17위에 그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정호 사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박 사장은 "미국의 경우 양자정보과학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해 1조원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베이징과 상하이 2000km 구간에 이미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한 중국도 오는 2020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유럽연합(EU)도 1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에 대해 "정부는 양자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핵심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양자정보통신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SK텔레콤의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성태 의원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조만간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보통신 '보안' 관련 사업인 만큼 우려 사항도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2월 MWC에서 인수 사실을 발표한 양자암호 분야 기업 'IDQ'에 중국 QTEC의 지분도 19%가량 들어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최근 IDQ 지분 70% 정도를 확보하기 전 있었던 투자유치이지만,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 사장도 이를 우려하면서 이번 포럼 창립식에 참석한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서 허먼 박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허먼 박사는 "양자정보통신과 같이 민감한 분야는 어떻게 보이는지도 중요하다"며 "중국 주주가 떠나면 미국과 상호협력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손대지 않은 사업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고, 미국에서도 중국 자본을 빼고 사업하기 어렵다"며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편 박정호 사장은 양자암호와 관련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클라우드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의 클라우드를 통해 다른 나라에 레이턴시(지연) 없이 서비스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초고속 초저지연이 특성인) 5G는 이것의 '라스트마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네트워크 보안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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