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상용화 초반 삼성전자·LG전자 단말기로만 단순하게 경쟁하던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복잡해졌다.
한때 이통사들은 과감한 마케팅과 인프라 투자를 통해 5G 가입자 확보에 주력했으나 최근에는 애플 신작 아이폰11이 4G용으로 등판하자 특화 요금제를 내놓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저가 요금제가 특징인 5G 알뜰폰까지 나오면서 기존 7만~8만원대 요금제와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 금융과 통신의 알뜰한 만남…가능성은
2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알뜰폰(MVNO) 사업에 뛰어들면서 5G 요금제를 도입한다.
국민은행이 선보이는 알뜰폰 서비스 '리브 M'은 LG유플러스 망을 활용하며, 금융 실적에 따라 5G 서비스를 최저 7000원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3사의 5G 주력 요금제가 7만~8만원대인 점을 보면, 눈길을 끌만한 대목이다. 이같은 금융과 통신의 결합 모델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한다. 국민은행 측은 가입자 100만명을 목표로 내세웠다고 한다.
정부의 이통시장에 대한 방향성이 '요금 인하'에 초점이 있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의 경계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정부는 출범과 함께 2만원대 '보편 요금제'를 꺼내들었고, 최근에는 도매대가 인하와 5G 제공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알뜰폰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보편 요금제는 알뜰폰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도 받지만 전반적 정책 방향성이 통신요금 인하인 점은 변함이 없다.
이동통신사들은 알뜰폰과의 직접 경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에서 저렴하게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기존 5G는 실감형·대용량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이므로 경쟁하는 시장은 다르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응은 아직 대중화까지 이르지 않은 5G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한 만큼 저렴한 요금제로 인한 수익성 약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알뜰폰 시장 전체 사정을 돌아보면 이통사들의 지적이 전혀 틀린말은 아니다.
알뜰폰은 현재 800만명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전체 이통 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나, 사업성은 양호하지 않았다. 작년 기준 적자가 110억원에 달했고, 1위 사업자인 CJ헬로는 피인수를 통한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
즉 알뜰폰이 전체 이통시장을 뒤흔들 수준까진 아니지만, 요금 관련 대책이 나오고 있으므로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5G 나왔는데 4G 아이폰과 경쟁…새 폼팩터 '시동'
통신망과 디바이스도 복잡해지면서 이통사들의 고민이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은 지난 4월부터 5G 상용화에 나서면서 가입자 규모가 벌써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통신망의 대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뒤늦게 나온 애플 '아이폰 11'이 4G 모델로 출시되면서 경쟁 양상이 복잡해졌다.
아이폰 11은 5G 시대에 4G LTE 모델이라는 점과 혁신 부족, 디자인 등의 이유로 혹평을 받았으나 출시 초기에 전작을 넘어서는 인기를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5G폰 종류가 적은 상태여서 2분기에 많은 마케팅비를 집중한 바 있다"며 "그런데 마니아층이 확실한 아이폰이 나오면서 이 제품에도 별도로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노트 시리즈 신작과 폼팩터(형태) 측면에서 혁신을 추구한 '갤럭시 폴드'도 출격한 상태여서 시장 경쟁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 스마트폰이든 상관이 없다"며 "삼성과 LG의 5G폰 혹은 아이폰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단 디바이스 맞춤형 전략으로 가입자 확대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