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섞어가며 손잡은 궁극적 배경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에 도전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인터넷 기업들은 검색에서 모바일 메신저,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접점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했다면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나아가 인공지능을 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네이버·소프트뱅크와 같은 기업들이 한국과 일본 지역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려면 미국과 중국의 초대형 기업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 이유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야후재팬 서비스)는 경영을 통합하는 내용의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들은 이용자 1억명 규모의 플랫폼을 토대로 미국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중국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검색과 모바일 메신저, e커머스, 테크핀(기술+금융)에 이르는 온라인 서비스 대부분에서 격돌할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경쟁 영역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인공지능이다. 범용성이 막강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AI 스피커, 챗봇 등의 사례로 확인되듯 인공지능은 고객과의 1차 접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해 쌓이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각종 서비스를 개선하는 과정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실제로 네이버는 양사 통합 이후 방향성에 대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AI 기반의 새로운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지난 7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기술력은 올라가고 있지만…
인공지능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전개된 바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세계적 AI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을 인수하면서 AI 기술력 확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까닭에 양사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전선을 형성해 미·중 세력에 맞선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도 최근 이같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열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아시아(한국, 일본, 베트남)와 유럽(프랑스)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R&D) 벨트'를 통해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와 인공지능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연구팀은 지난해 7월 국제패턴인식협회(IAPR)이 개최한 'ICDAR 로버스트 리딩 컴페티션'(Robust Reading Competition)에서 세 가지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제친 결과다.
관련 시장이 초기 상태이고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경쟁보다는 기술과 데이터를 오픈해 함께 시장을 키우고 있어 가능한 양상이다.
◇ 구글·아마존·알리바바를 '규모로' 어떻게 이길까
그러나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력과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 심층학습 관련 특허를 유럽특허청에 출원한 규모가 2013년 3개 수준에서 2017년 652개에 달해 미국(101개)을 크게 뛰어넘었고, AI 관련 논문 규모는 2007년부터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컴퓨터 분야에선 IBM,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포진한 미국이 앞서고 있다.
아울러 국경 구분이 없는 인터넷 플랫폼 분야에선 검색의 강자 구글, 세계 1위 SNS 페이스북, 세계 1·2위를 다투는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양적 경쟁만 봐도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인공지능의 학습 재료에 해당하는 데이터의 양에선 불리하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9월 말 기준 월 이용자 수가 24억5000만명에 달하는 반면 라인과 야후재팬의 사용자 수 규모는 일본에서 1억명 수준이며 이를 동남아로 확대해도 2억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동통신사 포지션도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모바일 가입자를 모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시장만 지키고 인공지능 기술을 자사 서비스 개선에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면 향후 사업 전개가 더욱 효율적이고 공격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