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협 건너에서 들려온 IT기업의 경영 통합 체결 소식에 국내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소식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네이버가 이번 통합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와 경쟁력을 쌓은 뒤 국내에서도 세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대형 IT기업인 카카오(카카오뱅크)에 이어 네이버 역시 국내 은행의 경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 은행업계 "네이버, 금융사업 진출 본격화 할 듯"
지난 18일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Z홀딩스의 통합 기본합의서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Z홀딩스는 일본 최대 플랫폼인 야후 재팬의 운영사다.
현재 일본 라인은 메신저앱 '라인'을 일본에서 제공하고 있다. 점유율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재팬은 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포털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와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손을 잡은 셈이다.
은행업계는 네이버가 통합 발표 후 "AI와 핀테크 분야에서 성장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때마다 인가를 신청할 유력한 후보기업으로 꼽혀왔다. 국내에서 네이버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출범시킨 만큼, 네이버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같은 분석과 달리 네이버는 그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한차례도 도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업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사업과 관련해 태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하고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서비스 사업부문을 네이버파이낸셜로 넘겼다.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하자 은행업계에서는 '오픈뱅킹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12월을 앞두고 네이버가 간편결제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일본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소식이 전해지자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에 진출하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이번 통합에서 AI를 최우선으로 강조했지만, 은행업계는 핀테크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한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국내와 일본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한 간편결제서비스를 통해 금융산업의 기초인 결제 분야에 진출했고, 야후 재팬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일본에서 금융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뒤 한국으로 재수입할 것이란 분석에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라인-야후, 일본 금융시장 영향력은?
일본 라인은 현재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라인', AI(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 간편결제서비스인 'Line Pay'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금융사업으로 분류되는 라인페이는 ▲편의점 체인 'Lawson' ▲드러그스토어 '마츠모토 기요시' ▲서점 체인 '츠타야' ▲가전매장 '빅 카메라' ▲덮밥 체인점 ‘마츠야’ ▲도쿄 하네다공항 ▲재팬 택시 등 190개 기업과 제휴를 통해 간편결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라인페이는 일본 대형 카드사인 JCB와 제휴를 통해 Line Pay 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Line Pay카드는 2017년 3월말 기준 일본 내 3300만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간편결제업체 관계자는"일본은 현금결제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지만, 라인 페이는 라인을 바탕으로 일본 내에서도 그 세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모두 라인페이가 가능할 정도로 앞으로 결제시장에서 라인의 점유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야후 재팬은 일본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재팬넷은행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남은 지분은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41%,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계열 보험사, 후지쯔 등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출범한 재팬넷은행은 출범 이후 5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일본 내 인터넷전문은행 중 세븐은행, 라쿠텐은행, SBI수미신뱅크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순익을 내고 있다.
재팬넷은행은 2009년 이후 꾸준히 20억엔(215억원)대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FY2018)의 순익은 11억2400만엔(120억9334만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일본이 제로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은행 글로벌 사업부 관계자는 "재팬넷은행 출범이후 세븐일레븐, 라쿠텐 등 대기업들이 일본 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연이어 진출하며 경쟁이 거세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재팬넷은행의 사업 비즈니스 모델은 포털인 야후 재팬을 적극 활용해왔다"며 "이번 경영 통합을 바탕으로 일본 메신저 앱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라인과의 협업이 강화될 경우 재팬넷은행도 성장세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 은행업계 "네이버, 글로벌사업에도 경쟁자 될 것"
은행업계는 일본 라인과 야후 재팬을 통합 경영하기로 함에 따라 네이버가 직‧간접적으로 금융업 전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현재 네이버페이와 라인페이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경험을 직접적으로 쌓고 있고, 야후 재팬이 대주주로 있는 재팬넷은행이 수신, 여신, 결제는 물론 보험, 자산운용 등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목할 점은 네이버가 '언제' 국내 금융시장에서 사업을 본격화할 것인지다. 은행업계에서는 내달 도입되는 오픈뱅킹을 통해 고객기반을 마련하고 이번 경영통합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이후 국내 금융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중국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을 벤치마킹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중심으로 증권과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픈뱅킹으로 고객 기반을 마련한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이미 네이버는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인 라인뱅크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도 안돼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데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확보한 고객층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며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점, 보험과 증권 등 다양한 금융업권으로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 출범보다 더 큰 경쟁자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들이 해외시장 중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시장에서도 네이버가 잠재적인 경쟁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역시 네이버의 메신저 앱인 라인이 동남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라인은 태국, 대만 등 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외 동남아 국가에서도 상당수 가입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금융업을 확대한 이후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 라인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펼칠수 있다. 특히 일부 국가는 관공서에서도 라인을 쓸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해당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데 유리한 조건"이라며 "이에 경쟁 은행들이 갖추지 못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보유해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한은행이 베트남 최대 메신저앱인 잘로(Zalo)와 협약을 맺은 이유가 고객과의 접점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는 국내 은행들과 국내외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