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후재팬과 통합을 추진하는 네이버 라인(LINE)의 주주 명부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신중호 라인 대표이사 말고도 낯익은 인물이 있다. 한때 네이버에 몸 담으며 이 창업자와 '한지붕' 살이를 했던 NHN 이준호 회장이다.
이 회장이 적지 않은 규모의 라인 주식을 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새삼 관심을 모은다. 이번 야후재팬-라인 통합 과정에서 이해진 창업자와 신중호 대표가 주식 공개매수 등으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전망인데, 이 회장도 이에 필적할 규모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16일 일본 라인에 따르면 이준호 NHN 회장은 작년말 기준 라인 주식 164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발행 주식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지분율 0.67%)이긴 하나 개인 주주 자격으로 신 대표(1.97%)와 이 창업자(1.9%)에 이어 세번째로 주식이 많다.
이 회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검색 전문가로 지난 2000년에 서치솔루션이란 검색 전문업체를 세웠다. 이듬해 서치솔루션이 이해진 창업자가 이끄는 네이버컴과 합병하면서 이 회장은 네이버로 넘어와 지금의 검색엔진 뼈대를 설계했다. 그러다 2013년 8월 NHN(당시 NHN엔터테인먼트)이 기업분할로 네이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이 창업자와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이 회장이 라인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은 네이버에서 '분가(分家)'하기 직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인 이사회는 네이버 최고운영자(COO)로서 글로벌 기술을 총괄하던 이 회장에게 동기부여 차원에서 스톡옵션을 쥐어줬다. 이 회장 뿐만 아니라 신중호 당시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이 창업자에게 총 1400만주를 부여했다. 행사가는 각각 344엔.
라인 메신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자 창업 멤버인 신중호 CGO에게는 라인의 미국·일본 동시 상장(2016년 7월)을 앞두고 스톡옵션을 추가로 풀기도 했다. 그가 두 차례에 걸쳐 받은 스톡옵션 규모(1026만주)가 이해진 창업자(557만주)보다 두배 가량 많다는 점에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에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으나 이 회장 또한 만만치 않은 금전적 보상을 받았던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스톡옵션 전량을 행사해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 회장이 지금의 라인 주식 164만주를 보유하게 된 연원은 이렇다.
라인의 현 주가(전일 종가 5350엔)를 감안한 이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88억엔이다. 우리 돈으로 1000억원에 육박한 990억원에 달한다. 라인의 최대주주(72.57%) 네이버는 이번 통합을 위해 다른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개 매수할 예정인데 보통주 1주당 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인 5380엔에 사들일 예정이다.
현재 라인과 야후재팬은 합병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일본 기관으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 통과되면 각사의 주주총회를 거치게 되는데 라인은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한 주식 공개 매수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통합으로 신중호 라인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각각 3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보통주 외 스톡옵션도 적용됐는데 신 대표가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은 404만주에 달한다.
통합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산하에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합작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라인은 주식 공개 매수 이후 네이버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상장이 폐지되고 중간 지주사로 변신한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Z홀딩스 주식을 이 중간 지주회사로 넘기고 현재 라인에서 사업 부문은 다시 떼어내 Z홀딩스의 자회사로 두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 10월 합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