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SO)를 합병하는 첫 IPTV 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사 인수·합병(M&A) 및 주식 취득을 조건부 인가하면서다.
이에 따라 양사의 최종 합병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분야 합병 관련 사전동의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어 이같은 유료방송 M&A가 급물살을 타면서 업계 지각 변동이 더욱 속도감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 "SKT, 마케팅 여력 많아"…결합상품 동등제공 조건부
과기정통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SK텔레콤이 지난 5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 관련 신청한 건에 대해 조건부 인가 및 변경허가·승인 심사를 완료하고 조건부 인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심사에서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재정·기술적 능력과 사업 운용 능력의 적정성 ▲정보통신자원 관리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통신의 경우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인가, 티브로드 모회사인 태광산업의 SK브로드밴드 주식취득(16.79%)에 대한 인가 심사가 진행했다.
우선, 태광산업의 SK브로드밴드 주식취득은 심사기준을 모두 충족해 조건 없이 인가하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기간통신사업을 하지 않으며, SK브로드밴드를 지배하는 최대주주(SK텔레콤 74.37%)가 별도 존재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티브로드 이동통신 가입자는 9만9000명으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0.1%, 알뜰폰시장의 경우 1.2%에 불과해 이통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은 미미한 것으로 봤다. 티브로드는 알뜰폰 사업을 합병 인가 후 매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M&A로 SK텔레콤 계열의 결합상품 경쟁력이 강화돼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 유지·강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의 케이블TV 가입자 311만명을 대상으로 결합상품 마케팅 활동을 확대하면 이동통신 점유율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SK텔레콤이 다른 이통사보다 누적된 이익이 3~4배 정도 많아 과도한 마케팅이 가능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통사와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결합상품 동등제공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또 유선통신(초고속 인터넷, 시내전화, 인터넷전화)과 케이블TV 결합상품에 대해 합병일로부터 3년 내 신규 가입하거나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1회에 한해 결합 해지에 따른 할인 반환금(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함게 케이블TV 가입자를 SK텔레콤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도록 강요·유인하거나, 경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행위 등도 못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밖에 통신재난관리계획을 보완해 중요통신시설의 출입구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등을 조기 구축토록 하고, 농·어촌 등 음영지역의 초고속인터넷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오는 2022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 방송분야 조건은 방통위 사전동의 후 공개
방송분야는 심사 대상은 ▲SK브로드밴드(IPTV, 존속법인)와 티브로드 3개사(소멸법인, 티브로드·티브로드동대문방송·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의 합병 ▲티브로드(21개 SO) 및 티브로드동대문방송(1개 SO)와 SK브로드밴드의 합병 ▲SK텔레콤이 티브로드, 티브로드동대문방송, 티브로드노원방송, SK스토아(데이터홈쇼핑PP)의 최다액 출자자로 변경하는 건이다.
SK스토아 건은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편성 비율, 데이터방송 활성화를 위한 투자계획 수립 등에 관한 조건을 부과해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나머지 방송법 관련 2건은 현행법에 따라 방통위의 의견을 반영해 허가 관련 조건 등 상세한 심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방통위의 이같은 사전동의 절차를 거쳐 허가와 조건이 최종 확정된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유료방송업계의 M&A 시도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의 실현을 통해 혁신의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건 부과를 통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시청자 권익보호, 공정경쟁 및 상생협력 등에 관한 인수‧합병의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조건이 달리고는 있으나 과기정통부의 잇따른 유료방송 M&A 인가에 따라 시장의 지각변동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조건부 인가는 해를 넘길 것이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진 것이다.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 역시 최근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만큼 다른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블TV 시장의 경우 딜라이브, 현대HCN 등이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앞으로도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과 이용자의 편익 향상, 방송의 공정성 제고 등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