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음원사재기 논란이 뜨겁게 이어지면서 업계가 시끄럽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 소식이 또 다시 흘러나오면서 지각변동까지 예측된다. 국내 업체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음원시장 점유율도 유튜브 뮤직의 성장으로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비즈니스워치는 변화하는 음원 시장 속 음원 사재기 논란과 음원 사이트 생존법을 탐색해봤다. [편집자]
무제한 음원 스트리밍 요금제는 음악을 많이 듣는 사용자에게는 좋은 요금제다. 매월 일정 금액만 내면 결제한 음원 사이트에 있는 대부분의 음원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제한 음원 스트리밍은 비교적 대중성이 낮은 인디가수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음반 제작자에게는 적절한 음원 전송료가 배분되지 않고 음원 사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스트리밍 요금제의 '비례 배분' 정산 방식
무제한 음원 스트리밍 요금제는 매월 1만원 내외의 요금을 결제하면 해당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대부분의 음원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요금제다.
지난 2018년 규정된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월정액 스트리밍일 경우 음원사이트 사업자들은 음악 분야 4개 신탁관리단체에 매출액 중 요율에 맞게 총 징수액을 지급한다. 음원사이트로부터 총 징수액을 받은 신탁관리단체는 징수액을 모든 곡의 스트리밍 횟수로 나눠 스트리밍 1회당 단가를 구하고 여기에 음원별 스트리밍 횟수를 곱해 나온 금액에 맞게 개별 음악가나 제작사에 배분을 한다.
음악가별로 전체 사용자들이 들은 횟수만큼 음원 전송료를 받기 때문에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허점이 있다.
무제한 음원 스트리밍 요금제의 경우 사용자마다 이용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별로 스트리밍 1회당 단가도 달라진다. 같은 1만원을 낸 사용자라도 월 2000번 음원을 스트리밍한 사용자의 1회당 단가는 5원, 월 70번 음원을 스트리밍한 사용자의 단가는 142.9원이다. 월 2000번 음원을 스트리밍한 사용자가 한 음원만 들었을 경우 전체 평균을 왜곡한다.
아래 표에서 사용자 '마'가 음원 'E'만 2000번 들었을 경우, 아무도 음원 E를 듣지 않았더라도 E는 사용자 마가 낸 요금(1만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정산받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스트리밍 횟수별 단가는 낮아지고 특정 곡의 점유율만 높여 배분받는 금액을 높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비례 정산 방식이 사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음악 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음원 시장은 총 매출이 발생하면 음반제작사와 저작권자, 가수가 좀더 공평하게 나눠 갖는 부분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해왔지만, 더 세부적으로 이 안에서 개별 제작사와 저작권자, 가수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할지에 대한 고민은 빈약했다"고 말했다.
비례 정산 방식을 개선할 방법으로 '이용자 중심 정산 모델'이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용자 중심 정산 모델은 이용자별 스트리밍 횟수당 단가를 구하고 해당 이용자가 들은 음원별 횟수를 곱해 음악가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별로 음원 스트리밍 단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재기를 하는 음원이 전체 스트리밍 횟수에서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더라도 많은 금액의 정산을 받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중심의 정산 모델은 모든 사용자의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별 스트리밍 횟수와 음원 횟수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비례 방식보다 복잡하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및 빅데이터 발달로 이러한 부분이 가능해졌다.
이용자 중심 정산은 괜찮을까
하지만 이용자 중심 정산에도 허점은 있다. 예를 들어 음원사이트에 결제만 하고 실제로 음원 스트리밍을 한번도 하지 않은 이용자의 결제 금액은 누가 배분받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음반제작사 관계자는 "과거 한 음원사이트에서 월정액 회원의 미사용 이용료를 배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도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로 이용자 정산 방식을 택할 경우 음원 사재기를 줄이고 인디음악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음악가에게 더 많은 음원전송료가 배분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갈린다. 대형 음반 제작사의 경우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사재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중소형 음반 제작자들은 보다 공평한 배분 정산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록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사용료사업팀장은 "비례 배분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면서 "정산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실제 개선되는 부분이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아직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지는 못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