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음원사재기 논란이 뜨겁게 이어지면서 업계가 시끄럽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 소식이 또 다시 흘러나오면서 지각변동까지 예측된다. 국내 업체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음원시장 점유율도 유튜브 뮤직의 성장으로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비즈니스워치는 변화하는 음원 시장 속 음원 사재기 논란과 음원 사이트 생존법을 탐색해봤다. [편집자]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음원 스트리밍에 대한 부작용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강력한 처벌도 이뤄지고, 기술적 조치와 함께 이용 중심의 수익 배분 등 구체적 대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명쾌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 법적 이어 기술적 조치도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지방 법원은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 사이트 'Followerschmiede.de'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프란시스 무어(Frances Moore) 대표는 "스트리밍 조작 행위는 음원 차트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음원 관련 보상 체계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음원 창작자, 투자자 등에 대한 보상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IFPI는 자체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음원 플랫폼이 기술적 해결 방안도 모색하길 주문했다.
무어 대표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스트리밍 조작 행위에 대한 강력한 기술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며 "IFPI는 독일에서의 조치와 같이 스트리밍 조작 사업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전세계 어디에서나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FPI와 소니ATV, 스포티파이, 아마존, 디저 등 1300개 회원사, 56개에 달하는 국가별 협회 등은 지난해에도 스트리밍 조작 행위를 기술적으로 막는 방식을 동원하기로 입을 모은 바 있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합의한들 플랫폼부터 부정적 스트리밍을 막으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MBW)는 스포티파이가 가짜 스트리밍과 같은 사악한 행동을 사실상 내버려둠으로써 많은 수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스트리밍 조작 업체가 가짜 스트리밍을 하려고 해도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에 계정을 개설한 뒤 돈을 내야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MBW는 스포티파이에서 스트리밍 조작 사건이 있었던 2017년 이 회사 매출액은 약 49억달러였는데, 지난해 매출액이 75억달러를 넘어섰다며 "이 기간 가짜 스트리밍도 함께 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수익 배분 구조 바꿔야
음원 스트리밍 관련한 부정 행위를 조사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음원 관련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지적하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와 20%를 점유한 애플뮤직과 같은 1·2위 업체들의 경우만 봐도 이용자의 구독료가 음원 창작자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란 지적이다.
예를 들어 마이클이라는 미국인이 스포티파이에서 월 10달러를 내고 한달 내내 영국 오아시스의 노래만 듣는다고 해도, 마이클이 낸 10달러는 오아시스에만 가는 구조가 아니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은 오아시스든 옹달샘이란 이름의 가수든 이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차지하는 스트리밍 점유율을 핵심 기준으로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아시스 노래만 듣는 마이클이 낸 돈은 옹달샘에게도 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스트리밍을 조작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자 중심으로 수익배분 구조를 바꾸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수가 70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Deezer)는 사용자 중심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실행에 옮겼다. 디저는 지난달 27일 올리버 헬덴스(Oliver Heldens) 등 세계적 DJ 4명의 음원에 대해 앞서 밝힌 방침에 따라 공정한 수익 배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디저에 독점 제공되는 음원이므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 복잡한 이해관계…바꾸는 것만이 능사 아냐
이처럼 처벌과 대안도 나오지만 관련 주체들은 전반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주저하는 모양새다.
플랫폼 입장에서 수많은 사용자의 스트리밍을 모두 집계하고 분석한 뒤 배분하면 추가적 비용이 들어,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음원의 길이에 대한 고민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5분짜리 음원이든 10분짜리 음원이든 스트리밍만으로 수익을 정산한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에선 영구 다운로드의 경우 5분 미만의 곡에는 9.1센트가 부과되며, 5분 이상의 곡은 1분당 1.75센트가 부과된다.
그러나 훨씬 보편적인 서비스인 스트리밍에도 이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긴 노래를 만드는 아티스트는 유리하나, 짧은 음악을 위주로 활동하는 경우는 피해를 보게 된다. 억지로 음악을 길게 만드는 시도도 충분히 가능하다.
더 나아가 글로벌 음원 플랫폼 시장 자체가 여전히 성장중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수익 배분을 논하기 어려운 단계인 점도 흥미롭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3년간 연평균 32%나 성장했다.
시장이 점점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사업자간 이해관계도 크게 엇갈리기 때문에 수익 배분 구조를 섣불리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가령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중국 텐센트의 사용자는 무려 90% 이상이 광고 제휴 등을 통한 무료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일단 사용자를 끌어 보자'는 방식으로 파괴적 성장을 하려는 플랫폼이 있다면, 다른 플랫폼도 공정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