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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대신 일반유저 택한 '멜론' 점유율 회복할까

  • 2020.06.01(월) 11:06

카카오 멜론, 올 여름중 실시간 차트 개편 예고
아이돌 팬덤 '줄세우기' 제한…이익 감소 우려

국내 음원시장이 정산방식 변경, 차트 개편 등을 통해 신뢰도 회복에 나서면서 업계 1위인 멜론도 변화의 조짐을 드러냈다. 다만 유튜브뮤직, 플로 등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멜론이 이로 인해 이용자수를 끌어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상황이다. 이번 개편에 따라 음원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돌 팬덤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 개편

최근 멜론이 차트 변화를 예고하면서 업계가 들썩였다. 흔히 '실시간 차트 폐지'로 다루지만 엄연히 말해 이번 멜론의 차트 변화는 폐지가 아닌 집계 방식 변경이다. 현재 멜론은 1시간 이용량으로 실시간 차트를 집계하는데, 이를 24시간으로 기준을 변경한다. 한 ID 당 1일 1곡 재생을 기본으로 누적 24시간 집계치에 따라 순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음원 제목 옆에 표시하는 순위와 등락을 없애고 셔플 재생을 기본 재생 방식으로 채택한다. 기존까지는 이용자가 실시간 차트를 전체 재생하면 차트 상위권부터 순위에 따라 순차 재생됐다면, 차트 개편 이후에는 셔플 재생이 기본으로 적용돼 랜덤으로 곡이 재생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트 순위 경쟁보다는 현재 인기 있는 음악 트렌드를 보여주는 차트로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멜론 관계자는 "올해 여름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브의 새 정산방식 도입, 플로의 24시간 차트 개편 등 음원시장의 변화 움직임 속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던 멜론이 처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 3월 플로는 1시간 단위 기존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24시간 누적을 기준으로 하는 플로 차트를 도입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바이브는 올해 상반기 중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도입을 알린 바 있다. 

특히 음원 사재기 논란이 계속되면서 음원 차트에 대한 신뢰도가 점차 하락하는 가운데, 음원 사이트 점유율 1위 멜론의 차트 개편 예고는 대중들의 신뢰도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멜론의 음원 차트 개편은 신뢰도 개선의 의미가 크다"며 "그간 사재기 논란으로 음원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는데 이를 회복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고 말했다.

"줄세우기 없애줄게, 돌아와줘"

이같은 변화는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에 따라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멜론이 이용자 신뢰 회복을 통해 떠나간 일반 유저들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일반 유저들이 사재기 의혹과 더불어 아이돌 팬덤이 '스밍(스트리밍)'을 통해 차트 상위권을 도배하는, 이른바 '줄세우기'에 대한 피로감을 내비치며 실시간 차트의 영향력이 적은 음원 사이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멜론의 월간 순이용자 점유율은 지난 2018년 12월 45.3%에서 지난해 11월 39.9%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후발주자인 지니뮤직과 플로, 유튜브 뮤직 등은 꾸준히 이용자수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음원시장에서 아이돌 팬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멜론의 이번 차트 개편이 시장 점유율 하락과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루에 한 번만 차트에 반영되는 방식을 적용하면 스밍 때문에 멜론을 이용하던 팬덤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이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실제 실시간 차트는 이용자들에게 지금 사람들이 많이 듣고 트렌디한 음악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음원 플랫폼에는 최대한의 이익을 내는 창구였다. 마트에서 시야에 한 눈에 들어오는 제품에 먼저 손이 가는 것처럼 음원 사이트 메인 화면에 보이는 음원에 먼저 손이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음원 사이트들은 메인 화면에 순위를 보여줌으로써 팬들의 '내 가수의 음악을 상위권에 올려주고 싶은 욕구'를 높아지게 해 이용자수를 늘렸다.

실제 아이돌 팬덤에서는 컴백과 동시에 앨범 수록곡이 모두 담긴 스밍 리스트를 만들어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격)'을 진행한다. 신인 가수의 경우 음원 차트가 높아야 방송 순위 차트에도 진입하고 방송 출연 섭외도 가능하기 때문에 음원 성적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 시간 국내 음원 사이트 점유율 1위를 기록해왔던 멜론에게는 이것이 권력이 되기도 했다. 이용자수가 많기 때문에 멜론 실시간 차트의 순위가 대중성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멜론 5분차트. 5분 단위로 이용량을 측정해 다음 시간대 순위를 예측해준다. [사진=멜론]

멜론은 이를 적극 활용해 5분마다 이용자수를 업데이트하는 '5분 차트'를 도입해 차트 경쟁을 더욱 부추겼다. 최상위 3위권 안에 든 곡들의 이용자수를 5분마다 집계해 다음 시간대 1위를 예측해주며 관심을 유도했다.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돌 팬덤에서 멜론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 따라 5분 차트가 사라지고 셔플 재생에 따라 순위에 집착할 필요도 없어지면서 사재기 뿐만 아니라 아이돌 팬덤의 스밍 영향력도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멜론의 이용자 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같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도 멜론이 차트 개편에 나선 것은 '신뢰도 회복'이다. 특정 팬덤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을 통한 이미지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멜론은 음원 사재기 논란 외에도 지난해 창작자와 제작자의 저작권료를 편취한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음원 사이트 중 멜론의 스트리밍 음질이 가장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음원 차트가 아이돌 팬덤에 의해 뒤바뀌는 만큼 음원 사이트에서 팬덤은 중요한 고객이지만 음원 사재기 논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현 상태를 유지했다면 일반 유저들은 계속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이익을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 음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트 개편 실효성 있나

다만 일각에서는 차트 개편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대두된다. 대형 팬덤의 대응으로 또 다른 차트 점령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차트 개편 소식이 알려진 후 국내 최대 규모의 방탄소년단(BTS) 팬덤은 이에 대응해 새로운 방식의 스트리밍 시스템을 공개했다. 각자 상황이나 취향에 맞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인데 추천받은 방탄소년단 음악을 자동으로 멜론과 지니뮤직, 벅스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준다. 최신곡이 아닌 이전 노래들의 일간 차트 진입도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차트 개편 이후 지속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멜론보다 앞선 지난 3월 24시간 기준 '플로차트'를 도입한 플로는 4월 중순께 '주목할 만한 차트'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실시간 차트를 도입했다. 10분마다 재생량이 크게 높아진 음원 순위를 보여줘 사실상 이전과 유사한 실시간 차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플로 측은 새로운 차트는 기존 실시간 차트처럼 순위 경쟁을 촉발하기보다는 단순히 트렌드를 확인해주는 차트의 순기능만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플로 관계자는 "주목할 만한 차트는 인기 순위가 아니라 현재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듣는 음악이 무엇인지 트렌드를 보기 위한 모니터링 차트"라며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OST나 예능에서 언급된 노래를 찾을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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