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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붙였다 떼는' 카카오…일타쌍피 '큰 그림'

  • 2021.03.26(금) 15:26

'멜론+카카오엔터', 연내 IPO 가능성 높아
비용 줄이고 투자 확대…스트리밍 경쟁력↑

카카오가 음악 서비스 멜론을 '붙였다 뗐다'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멜론을 독립시켜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와 합병, 몸집을 불려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음악 서비스 스포티파이 및 애플뮤직 등과의 정면승부 차원으로도 읽힌다.

카카오는 오는 29일 제주시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멜론사업부문의 물적분할안을 다룬다. 이를 통해 신설되는 멜론컴퍼니는 카카오가 발행주식의 100%를 보유하게 된다. 분할기일은 오는 6월 1일이다. 

◇엔터 IPO 앞두고 멜론 분사 '타이밍 절묘'

멜론은 카카오가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2016년 1조9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국내 1위 음악사이트다. 멜론 인수는 카카오 역사상 2014년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즈 합병 다음으로 큰 '빅 딜'이었다.

카카오는 당시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이후 사명을 카카오M으로 교체했다. 아울러 2018년 카카오M을 흡수합병한데 이어 멜론 서비스를 제외한 동영상 제작 사업 등을 떼어내 카카오M이란 사명으로 재분사했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멜론컴퍼니를 독립시키면 3년 만에 '붙였다 뗐다'를 하는 것이다. 

멜론은 2016년 카카오 품에 안긴 이후 콘텐츠 사업 매출을 단숨에 끌어올려준 '효자'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지난해 6125억원으로 멜론 인수 첫해인 2016년(2963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카카오가 멜론을 분할하려는 표면적인 목적은 '콘텐츠 사업 강화'다. 카카오는 음악 뿐만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멜론 또한 분사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선 멜론의 독립 다음 수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가 분사한 멜론컴퍼니를 또 다른 계열사이자 콘텐츠 종합기업 카카오엔터와 합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카카오엔터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계열 재편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카카오엔터와 멜론컴퍼니가 합쳐지면 합병법인은 가뿐히 '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별도기준 매출은 각각 3430억원, 2708억원이다. 여기에 작년 멜론사업부문 매출 5058억원을 단순 합산해도 1조원을 넘게 된다.

신설법인 멜론컴퍼니의 이사회가 카카오엔터 소속 경영인들로 채워진 것도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멜론컴퍼니의 사내이사 3인 중 2인이 현 카카오엔터 공동대표인 이진수·김성수다. 정태성 카카오엔터 감사도 멜론컴퍼니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멜론을 물적분할 후 합병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멜론사업부문을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100% 자회사화한다. 이 상태에서 멜론컴퍼니와 카카오인터를 합병한다면 카카오엔터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율이 높아지게 된다. 

ICT 업계 관계자는 "만약 멜론을 인적분할한다면 카카오를 제외한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가 멜론컴퍼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물적분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와 '자존심 승부' 한 번 더?

카카오가 멜론을 분사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도 있다. 멜론은 국내 시장에서 음원 스트리밍 업계 1위다. 작년 말 기준 500만명 이상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평균 순방문자 기준 시장점유율은 무려 절반 가량인 41%.

하지만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악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에 침투하면서 시장 경쟁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카카오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사들의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뮤직 스트리밍 구독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경계하는 글로벌 음악 서비스가 스포티파이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애플뮤직, 유튜브뮤직에 이어 막강한 경쟁사가 늘어난 셈이다.

실제 스포티파이는 음원을 공급하는 카카오엔터(구 카카오M)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카카오엔터가 스포티파이와의 음원 공급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서비스에서 카카오엔터의 음원을 모두 배제해 버린 것. 170개국 3억4500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스포티파이의 반격에 카카오엔터는 부랴부랴 협상에 나섰다.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자의 파워에 굴복했다는 상처를 떠안았다.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인기 한국 음원이 모두 중단되자 국내 아티스트들로부터 비난받는 등 이미지 손상도 입었다. 실제 몇몇 가수는 유통 계약을 중단하기도 했다. 카카오인터가 멜론의 점유율을 위해 의도적으로 스포티파이를 견제했단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인터와 멜론의 합병은 해외 사업자들과의 경쟁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카카오의 의지로 읽힌다. 카카오엔터에 멜론이 합쳐질 경우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음원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강화된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거칠 것 없이 음원유통 수수료를 절감하고, 이를 마케팅비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측도 멜론컴퍼니에 대한 다양한 투자를 예고했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서 "멜론컴퍼니 신설 이후 전략적인 파트너쉽 모색 및 인수, 합병 등의 다양한 재무구조 변경을 통해 최적의 콘텐츠 사업구조를 모색할 것"이라며 "음악 사업 부문에 대한 사업가치가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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