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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현대HCN 매각후 1조원으로 뭘 할까

  • 2020.06.09(화) 17:47

기존 보유 4000억에 매각으로 6500억 확보 계획
'대형 M&A 재투자 가능성' 높다는 분석

현대백화점그룹이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자회사 현대HCN 매각희망가격이 6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대HCN이 이미 보유한 자금은 4000억원 정도다. 그렇다면 현대HCN이 예상대로 매각된다는 가정 아래, 현대백화점은 약 1조원에 달할 거금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매수 지원자인 통신사들과의 딜이 성사돼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1조원의 향방도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자회사 현대HCN의 방송·통신 등 사업을 매각하고 디지털 사이니지·기업 메시징 사업을 하는 존속법인 '현대퓨처넷'(가칭)을 남길 계획이다.

모회사인 현대백화점그룹이 목표한 매각 대금은 약 6500억원. 이는 CJ헬로(현 LG헬로비전)가 LG유플러스에 매각될 때 케이블TV 가입자당 50만원 정도가 책정된 것을 기반으로 계산된 것이다. 현대HCN의 케이블TV 가입자 약 130만명과 50만원을 곱하면 6500억원이 된다.

아울러 올해 1분기 기준 현대HCN의 유동자산은 4168억원이다. 유동자산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외에도 매출채권, 금융자산 등이 포함됐다. 현대HCN은 이를 연내 현금화할 수 있다고 보고, 현대퓨처넷에 대부분 남긴다는 계획이다.

현대HCN이 작성한 '분할 계획서'를 보면 약 3347억원의 유동자산을 현대퓨처넷에 남기고 신설 현대HCN에는 686억원을 넘기는 계획으로 기재됐는데, 이는 작년 말 기준이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현대백화점그룹은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물론 지분 교환 등 다양한 M&A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당초 현대백화점그룹은 매각 후 존속하는 '현대퓨처넷'을 통해 디지털 사이니지·기업 메시징 사업을 벌이고, M&A 등을 통해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디지털 사이니지와 기업 메시징 서비스에 많은 비중이 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이 회사 안팎의 대체적 판단이다. 두개 사업 분야 모두 성장성이 있는 분야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매출액만 봐도 높은 관심을 보일만한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HCN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사업별로 방송·광고·인터넷·기타 등 크게 네 가지 부문으로 나뉘는데, 기업 메시징과 디지털 사이니지가 포함된 '기타'의 매출액은 전체의 12.4%, 규모는 9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1조원은 이들 두가지 사업보다는 다른 대형 M&A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현대HCN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남긴 것"이라면서도 "M&A를 포함한 미래 사업을 계속해서 구상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함께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으나,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현대백화점의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1분기 현재 1조4722억원에 달한다. 이 사안을 잘아는 업계 관계자는 "1조원만 놓고 봐야 한다"며 "서로 법인이 다르므로 기존 주주들의 의견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상장사로 남는 존속법인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는 물론이고 현대백화점과 다른 계열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도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백화점의 기존 사업에 1조원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낮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현대백화점그룹의 면세점 사업은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입찰에 성공하는 등 기대되는 분야이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M&A다. 최근에도 진행된 건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 한섬을 통해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인수했고, 화장품 원료 회사 SK바이오랜드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SK바이오랜드 건의 성사 여부를 떠나서도 자금이 남으므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과거에도 한화L&C, 리바트 등을 인수하며 홈 인테리어 사업을 강화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생각하는 현대HCN 매도가를 원매자들인 통신사들이 인정하는지다. 현대퓨처넷과 현대HCN의 분할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며, 분할계획서의 승인은 이번달 2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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