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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유튜브·넷플릭스 시대, '깡고리즘' 무서움

  • 2020.07.21(화) 16:28

추천 알고리즘으로 '콘텐츠 편식'
콘텐츠 제작환경 변화에도 관심을

"'깡고리즘'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가수 비가 3년 전에 선보인 노래 '깡'이 미국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최근 갑자기 인기를 끌면서 회자되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웃긴 깡 뮤직비디오를 더욱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영상을 어쩌다 한 번 무심코 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관련된 영상을 계속 노출시켜준다는 것이 깡고리즘입니다.

개인 맞춤형 동영상 추천 시스템은 유튜브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과거의 스타였던 비에게 '화려한 조명'을 다시 안겨 주기도 하죠.

이런 콘텐츠 추천 시스템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거나 좋아할만한 콘텐츠만 계속 볼 수 있다는 얘기는, 다른 것은 못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콘텐츠 편식을 하게 된다는 얘기죠.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만 주야장천 보겠다는 게 죄냐?'고 말할 수 있겠지요. 유튜브에 깡 콘텐츠가 넘쳐나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요. 다만 다른 콘텐츠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현상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튜브 뿐만 아닙니다. 미국의 글로벌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 추천 시스템으로 2등 하라면 서러운 곳입니다. 넷플릭스 최고 경영진이 4년 전 방한했을 때 그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 들었던 넷플릭스의 추천은 국가보다 콘텐츠별로 묶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글로벌 사업자인 만큼,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마다 특정 국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어려운 까닭에 세계에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룹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그룹으로 나누는 식으로 취향별로 구분해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룹 등 특정 취향으로만 그룹이 확정되진 않고, 다양한 조합으로 섞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합니다. 예컨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 남미 예능을 좋아한다면 이들 이종의 정보를 섞어 시청 행태를 분석, 추천 서비스에 반영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서비스되고, 가입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한 번 보면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받아 볼 수 있기에 점점 더 넷플릭스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편식을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돈 내고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겠다'는 편식이 왜 문제일까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세계 1억8300만여 명에 달하는 만큼 참으로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겠지만요. 콘텐츠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을 만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한국 시장은 작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가입자 확보의 대상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기지 정도로 본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조단위 투자를 쏟아내는 넷플릭스와의 직접 경쟁은 포기하고, 차라리 콘텐츠로 승부를 보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국의 영상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넷플릭스형 취향에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웨이브, 시즌, 티빙, 왓챠 등 국산 OTT가 넷플릭스와 맞서 싸울 역량은 투자 규모나 콘텐츠 측면에서 아직은 부족해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기업들인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지 말고 웨이브 같은 토종 서비스를 이용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유료방송시장에 있었던 점유율 규제 같은 것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아닙니다.

외국 기업을 규제하면 우리 기업이 외국에 나갈 때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용할 대목도 있지요. 앞서 언급한 비의 사례와 같이 미국 유튜브는 수많은 한국인 유튜브 스타를 탄생시키는 긍정적 역할도 했으니까요. 외국 기업이 독과점 상태까지 가지않도록 국내 기업들이 분발하는 게 건강한 경쟁일 것입니다.

실질적인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적어도 콘텐츠 편식 심화에 따를 수 있는 제작 환경의 변화 정도는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마침 정부가 글로벌 OTT 최소 5곳을 만든다고 최근 선언했는데요. 글로벌 OTT는 정부가 하란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애플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게임 유통 플랫폼을 갑자기 5개 만드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다소 허황된 목표보다는 콘텐츠 제작 환경 개선이나 콘텐츠 판매 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적 신경을 써주는 게 조금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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