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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이 앱 왜 까셨어요

  • 2020.10.06(화) 14:52

[디지털, 따뜻하게]
어르신 스마트폰 터치 잘못에 엉뚱 앱설치
앱접근성 개선 목소리, 정보격차 해소 취지
일류 개발사 접근성도 일류…'채찍보다 당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다 보면 팝업창이 자꾸 뜨거나, 아이콘이 너무 작아 오작동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한 사람도 화면을 잘못 터치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이트로 넘어갔던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겁니다.

앱 이용에 앞서 읽어야 하는 이용약관의 글씨가 너무 작아 불편을 겪는 일이 허다하고요. 어떤 버튼을 눌러야 원하는 화면으로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게 구성된 앱도 많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 같은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여러분도 연로한 부모님, 조부모님 스마트폰을 한번 살펴보면, 10대들이 많이 쓰는 동영상 앱 '틱톡'과 같은 어르신은 전혀 쓸 것 같지 않은 앱이 설치돼 초기 상태로 수개월째 방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에 자의반 타의반 낚이는 경우도 있지요.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보면 광고를 시청하면 아이템을 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럴 때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는 아이템을 얻을 만큼만 광고를 시청하고 빠져 나오는 반면, 스마트폰 이용이 능숙하지 않으면 실수로 광고를 클릭하면서 엉뚱한 앱을 다운로드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납니다.

앱 개발사 입장에서야 누구든 들어와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이 물론 있겠죠. 그러나 실제 앱 이용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고령의 사용자를 끄는 것은 불필요한 마케팅 활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사용자 입장에서 원치 않는 앱을 실수로 내려받으면 적어도 데이터 이용료가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하니까요. 저가 요금제를 쓰는 경우 실수로 앱을 내려받다가 월 사용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같은 크고 작은 앱 이용 불편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앱·웹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에 접어든지 10년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참고로 웹 접근성은 나이가 많든 적든,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인터넷에 접근하기 쉽도록 구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PC웹이 널리 보급될 때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개념이죠.

앱 접근성을 개선하면 스마트폰 이용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앱을 만든 회사 입장에서도 기존 사용자 환경(UI)도 크게 개선시켜 이용 만족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 됩니다.

실제로 구글,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앱 접근성 수준이 대단히 높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기준 앱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구글의 핵심 서비스들인 구글맵, 크롬, 유튜브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기록했고 넷플릭스는 무려 100점이었습니다. SNS의 최강자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역시 각각 97점, 94점에 달했습니다.

국내 IT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도 92점에 이르고 배달 앱의 대명사 '배달의 민족' 또한 99점에 이르는 등 시장 1위 기업들은 앱 접근성까지 독보적입니다.

이는 앱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취약계층의 편의뿐만 아니라 자사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은 앱 접근성과 관련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앱 내부의 메뉴 크기, 색상 등에 대한 규정이 있고 외부 개발사 대상으로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합니다.

문제는 앱 접근성이 취약한 서비스들입니다. 이번 조사는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으로 각각 50개 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에 수준이 낮은 앱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서비스 대부분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참 좋겠지만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는 개선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가령 'SRT-수서고속철도'는 아이폰용 앱은 92.9점으로 상당히 양호했으나, 안드로이드 앱은 67.2점으로 낮았는데요. 노인과 장애인은 SRT를 앱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편을 넘어 장벽이 될 것입니다.

이용자를 괴롭게 하는 악의적인 앱 구성은 바로 잡아야겠지만, 회사들의 선의에만 앱 접근성 개선을 기대는 것은 무리이기도 합니다.

영세한 앱 개발사 입장에서 서비스 초기에 이같은 앱 접근성 기준까지 맞추는 것은 힘들기도 할 것입니다.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홈페이지를 보면 구글 안드로이드 기준 신규 인증 비용이 적게는 90만원, 많게는 180만원이 넘습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앱 접근성 우수기업에 대해 시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주목됩니다. 채찍보다 이런 당근이 효과적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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