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기획 의도로 비즈니스워치가 지난 7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디지털 따뜻하게' 시리즈가 어느덧 35번째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취재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부 통계와 각종 보고서, 논문 등을 읽고 공부하면서 국내외 전문가를 많이 만났습니다. 정보화 사업 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같은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전문가를 만났고요. 언론 종사자 및 해외 디지털 정보기관의 담당자를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예전처럼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격상되었던 지난 8~10월에는 지방 출장은 물론 서울 시내를 방문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는데요.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온라인 화상미팅입니다. '줌'(Zoom)과 같은 ICT 기반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디지털 불평등이란 주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았던 것입니다.
당초 계획했던 해외 출장도 코로나19 사태로 죄다 취소했습니다. 그럼에도 주요 선진국들의 정보 불평등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현지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꼭 필요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 정보 부문 이코노미스트와 유럽의 디지털 정보 관련 비정부단체 '올디지털(All Digital)'의 CEO 인터뷰를 화상회의 방식으로 각각 진행했습니다.
미국 산타클라라대학교 사회학부 교수를 인터뷰할 때는 당시 미 서부를 덮친 대형 화재가 너무 심각해 별수 없이 이메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덕분에 세계 어떤 곳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느끼면서 그야말로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는 디지털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가 던지는 화두를 취재하면서도 체험한 셈입니다.
디지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풍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반면,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직간접적 피해까지 볼 수 있고, 디지털을 쓸 수 없는 상황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늘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디지털 정보격차 주제를 취재하며 개인적으로 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들었던 회의감도 털어놓을까 합니다.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1대1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사람마다 능력이 천차만별이고, 고령층일수록 배운 것을 금방 잊어버리기에 맞춤형의 지속적 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적인 교육 방식은 단순히 비용만 고려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기기 보급, 통신 인프라 구축도 100%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듯 말입니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개인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하는지는 누구도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교육해야 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죠. 어제 배운 것이 내일은 낡은 것이 될 정도입니다.
이와 함께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텐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로 급속도로 진행된 상황에서 아날로그 방식만으로 사는 것 또한 비현실적인 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회의적으로 보고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내버려 둬선 안 됩니다.
코로나19가 더욱 촉발하긴 했지만, 디지털 대전환은 이미 피부에 닿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대 흐름이 이렇다면, 디지털 자원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적어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도태되는 경우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쓰는 사람도 10년 뒤, 20년 뒤에 새로운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 유수의 기업들이 디지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그런 노력에도 해결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디지털을 모르면 불편하고, 불편이 쌓여 피해로 이어지는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노답' 같아 회의적으로 봤던 문제들도 조금씩 조금씩 개선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작성한 35건의 기사, 13건의 동영상으로 구현한 인터뷰와 디지털 정보격차 체험 및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웹사이트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도 그런 발걸음의 하나가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