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한미약품 야심작 희귀질환 치료제…'넝쿨째 돈 굴러올까'

  • 2025.05.28(수) 08:00

선천성 고인슐린증과 단장증후군 임상 2상
경쟁 드물고 약가 높아, 예상외 성과 기대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제나 항암제에 비해 시장 주목도가 낮은 희귀질환 분야에서 예상 밖의 기술이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독자 기술을 통해 약물의 지속기간을 늘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으로부터 세금 감면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점이 경쟁사 대비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현재 희귀질환 치료후보물질 두 개의 임상 2상 시험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소아와 아동에게 심각한 저혈당을 유발하는 선천성 고인슐린증의 치료제인 '에페거글루카곤'과 소장이 짧아져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되는 단장증후군의 치료제인 '소네페글루타이드'다.

이 중 개발이 앞선 것은 에페거글루카곤이다. 한미약품은 이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내분비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중간결과에 따르면 이 약물은 주 1회 투여만으로 저혈당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했다.

지난 1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소아내분비학회(ESPE) 및 유럽내분비학회(ESE) 공동 학술대회에서 에페거글루카곤에 대한 임상 2상 중간 분석 결과를 영국 연구자인 안토니아 다스타마니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사진=한미약품

현재 국내외에서 허가된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는 디아족사이드 성분의 '프로글리셈'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약물은 매일 2~3회 복용해야 하며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없어 새로운 치료 옵션(선택지)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네페글루타이드가 타깃으로 하는 단장증후군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소아 환자 치료제로 허가된 약은 매일 맞아야 하는 다케다제약의 '가텍스'뿐이다. 단장증후군은 비교적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이 치열한 편이지만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제형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두 약물의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재 두 약물은 희귀질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희귀질환 의약품은 아무래도 비만약이나 항암제에 비해 환자 수가 적다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경쟁 약물이 드물고 약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은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알렉시온의 '솔리리스'는 글로벌 환자 수가 10만명에 그치는 희귀질병인 발작성 야간혈색뇨를 타깃으로 하지만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기업 간의 기술이전도 대부분 희귀질환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이달 알지노믹스는 일라이릴리에 희귀질환인 난청 치료후보물질을 총 계약금 13억달러(1조7800억원)에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LG화학이 희귀 비만 치료제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3억500만달러(41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개발 인센티브 확보

한미약품의 두 약물은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됐다. ODD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 제도다. 한미약품은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제혜택, 시장 독점권 부여 등의 인센티브(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도 받아 신속 심사 등의 추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두 약물은 이와 별도로 FDA로부터 소아희귀질환 치료제(RPD)로 나란히 지정 받았다. FDA는 RPD로 지정된 약물이 최종 승인을 받으면 개발사에 '우선심사 바우처(PRV)'를 부여한다. PRV는 어떤 약물이든 허가 심사기간을 기존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는 권리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바우처가 빅파마(대형 제약사)를 비롯한 제3자에게 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PRV는 글로벌 시장에서 1억5000달러(2000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한미약품의 약물이 승인되면 PRV로만 각각 2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이전 협상에서 PRV를 지렛대 삼아 거래 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아카디아는 호주계 뉴론 파마슈티컬스로부터 지난 2018년 RPD로 지정된 레트 증후군 치료제를 4억5500만달러(6200억원)에 도입했다. 이 약물은 지난 2023년 FDA의 허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아카디아는 PRV를 발급받았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이를 1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고 이익을 배분했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희귀의약품 중에는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HM15421', 전임상 단계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가 있다.

HM15421는 녹십자와 함께 개발하는 파브리병 치료제다. 1달에 1번 맞는 제형으로 현재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에포시페그루타이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임상 2상 단계에 있는데, 특발성 폐섬유증(IPF) 등의 희귀질환에서도 효과가 확인돼 미국과 유럽에서 ODD 지정을 받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거글루카곤의 경우 최근 임상에서 선천성 고인슐린증 환자들에게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여 고무적"이라며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임상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