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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잇단 임상 실패…희귀질환 신약 개발 '산 넘어 산'

  • 2025.07.03(목) 08:00

브릿지·제넥신 유효성 입증 실패 개발 중단
희귀질환 신약 성공률 낮아…'임상설계' 중요

올해 들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일반 신약과 달리 조기 허가 및 사용이 가능하다. 

임상시험 간소화 혜택뿐만 아니라 경쟁 약물이 없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대형 글로벌 제약사부터 국내 바이오벤처에 이르기까지 임상에 실패하며 희귀질환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잇단 '좌절'

3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J&J)은 지난달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보타레티진 스파로파보벡(Botaretigene sparoparvovec)' 임상 3상 주요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물질은 희귀 안질환인 'X-연관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다. X-연관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의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손상되면서 야맹증, 시력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베링거인겔하임도 지난 1월 조현병 환자의 인지장애 치료제로 개발하던 '이클레퍼틴(iclepertin)'의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며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인 사렙타테라퓨틱스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의 환자 사망사례가 보고되며 올해 초부터 사용 및 후속 임상을 중단했다. 엘레비디스는 근육을 보호하는 디스트로핀 단백질 결핍으로 인해 근육이 점차 약화되고 퇴화하는 희귀 유전질환인 듀센 근이영양증(DMD) 치료제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쓴맛'

국내 기업들도 잇달아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2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 불명의 폐 조직 섬유화가 진행되는 난치성 희귀질환으로,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다. 이번 임상 실패로 브릿지바이오가 계획했던 빅파마 기술이전 가능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제넥신은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 'GX-I7'의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GX-I7은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과 병용 투여되는 면역강화제 후보물질로, 희귀성 뇌종양을 대상으로 치료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역시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치료제 'SCM-CGH'의 임상 2상에서 전체반응률(ORR)이 유의미한 통계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회사는 임상2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 접근 방식을 모색, 개발방향을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희귀질환 신약 성공률 6.2% 불과…'임상설계' 중요

희귀질환 신약 개발은 일반 신약 개발보다 성공률이 현저히 낮다. 일반 신약의 경우 임상1상 이후 최종 허가까지 성공할 확률이 10~15%라면 희귀질환 신약은 약 6.2%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규모가 제한적이고, 질환에 대한 과학적 이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적 원인이 복잡하고 발병 기전이 불명확해 효과적인 표적을 설정하기가 어렵다.

또 희귀질환 환자들은 개별적인 질환 경과나 치료 반응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임상 지표 설정 자체가 난관이다. 희귀질환은 환자마다 증상이나 반응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약의 유효성을 판단할 지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1상이나 2상에서 기대감을 키웠던 후보물질도 3상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환자 수 자체가 적고 환자마다 유전적 배경과 질병의 증상이나 징후가 천차만별이어서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약효의 문제보다 '임상 설계'가 실패한 경우도 많아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임상 설계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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