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이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넘어 다양한 감염병과 암, 희귀질환 백신·치료제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mRNA는 체내에서 특정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설계된 RNA 분자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존 백신과 달리 빠른 설계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높은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특징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질환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설계도 역할로 질환 치료 원리
mRNA는 마치 단백질의 '생산 설계도'와 같다. DNA에 보관된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단다. 암 치료제의 경우 mRNA로 암세포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면 면역세포가 학습해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게 만드는 원리다. 정확한 표적(암세포)만을 공격해 부작용은 적고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다양한 질환 중에서도 특히 mRNA 기반 항암 백신(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백신으로 단숨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mRNA-4157'을 흑색종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흑색종은 피부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임상2상에서 흑색종으로 인한 사망 또는 재발 위험이 4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이자와 코로나 백신을 공동개발한 바이오엔텍도 mRNA 기반 흑색종 치료제 'BNT 111'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엔텍은 또 다른 mRNA 신약 물질 오토진세부메란(BNT122)'을 췌장암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 역시 mRNA를 통해 암 백신 외에도 대상포진 백신, 희귀질환 등을 개발 중이다. 단백질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의 경우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mRNA를 환자에게 투여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이진·SK바사 등 국내 기업도 백신·치료제 '도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에 맞춰 mRNA를 활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 백신에 집중하고 있으며 항암 백신의 경우 초기 연구단계에 있다.
아이진(Eugene)은 현재 전임상(동물실험)을 통해 'EG-TB'의 효능 검증을 하고 있다. 청소년·성인 폐결핵 증가에 따라 프리미엄 결핵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 민간재단 CEPI(전염병예방혁신연합)와 일본뇌염 mRNA 백신과 라싸열 백신 'GBP570'을 연구개발 중이다. 일본 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감염병이고, 라싸열은 라싸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감염된 쥐의 배설물, 오염된 음식, 에어로졸 또는 환자와의 직접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된다.
DXVX(디엑스앤브이엑스)는 mRNA 항암백신 후보물질을 전임상 연구 중이며, 지난 16일에는 미국 바이오텍과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 아웃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가 합작설립한 이뮨온시아도 뉴클릭스바이오와 mRNA 기반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공동연구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미국에 설립한 신약개발 회사 레바티오 테라퓨틱스와 버나젠을 통해 mRNA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자체 개발한 스마트캡(mRNA 분자를 안정화 시키는 기술) 플랫폼 기술은 카톨릭대학교 남재환 교수팀의 자궁경부암 mRNA 암백신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큐라티스는 자가증폭 mRNA(repRNA) 플랫폼을 이용해 항암백신과 폐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차백신연구소는 기존 항암제 한계를 극복한 신규 mRNA 약물 플랫폼 특허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밖에 LG화학은 삼양홀딩스의 mRNA 약물 전달체 기술을 도입해 mRNA 기반 항암신약 개발을 시도하고 있고 레모넥스는 CEPI와 인체 내 전신부작용 최소화와 온도 안정성을 강화한 신규 mRNA 백신 플랫폼 '디그레더볼-리듀써나'를 개발 중이다.
다양한 질병에 적용 신속 개발
mRNA가 다양한 질환 백신 및 치료제로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는 mRNA 서열만 바꾸면 다양한 질병용 백신 및 치료제로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고 안전성과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mRNA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제 막 도입하기 시작한 신약 개발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mRNA 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RNA 기술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맞춤형 단백질 발현을 통해 희귀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에서 환자 개개인 특성에 최적화된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mRNA 신약 개발 성공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