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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코로나 재확산에 mRNA 백신 개발 또 '꿈틀'

  • 2024.08.19(월) 15:36

정부 지원금 받은 코로나 백신 개발 중단 잇따라
신종 감염병·신약개발 핵심 기술로 '국산화' 필요

코로나 재확산 움직임에 정부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움직임에 정부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mRNA 백신은 단백질 발현을 유도하는 의약품으로 체내 특정 항원을 발현시키도록 유도해 그 항원에 대한 면역을 일으키게 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mRNA 백신은 주로 암 면역치료 영역에서 개발이 이뤄져왔지만 최초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감염병 예방 백신으로 주목받았다.

mRNA 백신은 간단한 유전자 변형을 통해 타깃 항원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초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한 화이자는 약 8개월이 걸렸고 모더나도 화이자가 허가받은 지 일주일 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mRNA 코로나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mRNA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코로나 백신 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든 기업 중 성공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한 곳이 유일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항체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기존 독감, 간염 등 백신에 사용돼 왔다. 오랫동안 백신 개발에 사용돼온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기술이지만 이미 mRNA 백신 접종이 대거 이뤄진 데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면서 국내 수요가 대폭 줄어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을 중단했다.

복지부, 과기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다수 정부기관이 제각각 코로나 백신 개발에 지원금을 투입했지만 결과물을 낸 곳은 아직까지 없다. 코로나 백신 개발로 가장 주목받았던 제넥신은 DNA 코로나19 백신 임상 연구비로 93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임상1/2a상 단계에서 개발을 중단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임상2/3상 승인을 받았지만 자진철회했다. 당시 세계 백신시장 수급상황에 비춰봤을 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20년에 정부로부터 94억원을 지원받아 합성항원 방식의 '유코백-19' 임상 1/2상을 진행했지만 임상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임상3상 단계에서 개발을 중단했다. 다만 2022년 임상 3상 관련 사업비로 189억원을 지원받아 필리핀에서 임상3상을 최근 종료하고 국내외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도 2020년 1억4500만원, 2021년 73억원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비로 지원받았지만 코로나 백신 'GLS-5310'은 기초 백신 접종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국내 개발을 중단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추가접종(부스터샷)에 대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GLS-5310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자율적으로 증식하는 DNA인 '플라스미드' 형태로 제조한 'DNA 백신'이다.

특히 진원생명과학은 정부 지원금 약 74억원 중 계열사에서 발생한 R&D 비용을 계상한 혐의로 정부 지원금 25억1800만원에 대한 회수 처분을 받고 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제23조 5항에 따르면 인적·물적 구분이 명확하지 아니한 계열사 또는 기관간 발생하는 비용은 내부거래로서 연구비 집행이 불가하다.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셀리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일부는 종료하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셀리드는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1세대 후보물질인 'AdCLD-CoV19' 개발비용으로 63억2000만원, 1세대 백신과 이를 개량한 2세대 백신(AdCLD-CoV19-1) 개발비용으로 65억원, 오미크론 변이 전용백신(AdCLD-CoV19-1 OMI) 83억1000만원, 코로나 변이 다가백신 10억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추가 접종 용도로 개발한 오미크론 전용 백신 개발에 주력한다는 이유로 1세대 백신과 2세대 백신 개발은 종료했다. 이밖에 HK이노엔, 대웅제약 등도 합성항원, 약물재창출 등의 방식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포기했다. 

반면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던 아이진, 에스티팜, 큐라티스는 현재도 개발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지난해에는 레모넥스도 새롭게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개발단계가 대부분 임상1상에 머물러 있는 등 개발이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2023년까지 1개 이상 국내 생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완료를 목표로 기업들을 지원했다. 정부 5개 부처가 2022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투입한 비용만 약 893억원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8개월만에 이뤄진 mRNA 백신 개발이 국내에서 더딘 이유는 mRNA 기술 자체가 없어 기술 확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데다 정부 지원금도 약 70개에 달하는 과제에 분산돼 기업별로 막대한 개발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티팜은 지난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STP2250'의 임상시험계획 신청을 했다가 자금 문제로 자진취하했다. 현재 에스티팜은 에스티팜의 고유 특허 플랫폼 기술을 장착해 개발 중인 mRNA 코로나 백신 'STP2104'의 국내 임상1상을 완료하고 올해 3분기에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mRNA 백신 개발 완료를 목표로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소수 기업을 선별해 전체 임상시험 과정을 지원한다. 후보기업으로는 GC녹십자, 삼양홀딩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정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 mRNA 백신 개발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수입에 의존하는 코로나 백신 국산화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선 매년 대규모 자금을 들여 코로나 백신 수입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mRNA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정부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로나 백신 수입 비용으로 투입한 금액만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 대상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화이자 523만 회분, 모더나 200만 회분, 노바백스 32만 회분을 구입한 상태다. 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업그레이드 된 백신이다.

현재 개발 중인 mRNA 백신은 이미 변이 바이러스에 뒤쳐져 있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바로 상용화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산 mRNA 백신 기술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mRNA 백신 기술은 코로나를 넘어 신종 감염병과 신약 개발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지원이 옥석가리기였다면 이번에는 소수 역량있는 기업들에 대한 집중 지원을 통해 국내도 mRNA 백신 기술을 온전히 확보하는 데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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