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프로젝트 이탈과 지속적인 대량 현금화 논란에 시달린 클레이튼이 재정비에 나섰다. 사업 구조를 개편해 카카오와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한편, 재단이 보유 중인 리저브(준비금) 70% 이상을 소각해 코인의 가치를 높인다.
종속회사 아닌 독립 재단으로 운영사 옮겨
카카오는 일본에 있는 카카오 G.Corp을 통해 블록체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G 산하에 판제아(Panzea)가 있고 크러스트유니버스, 그라운드엑스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다. 당초 그라운드엑스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공개하고 사업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초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법인인 크러스트유니버스가 이를 넘겨받았다.
지난 1년간 대부분 클레이튼 관련 사업을 크러스트가 진행했다. 그러나 사건사고에 대한 대응이 늦고 투자자와의 소통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카카오의 주요 종속회사로 분류되고 있어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다지만 국내 규제에서도 자유롭지 않았고, 의사 결정 시 모기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클레이튼 재단은 카카오에 종속되지 않은 보증유한책임회사(비영리법인)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은 다음달 1일부터 그간 크러스트가 맡아 온 클레이튼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대신 크러스트유니버스는 한국은행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사업을 비롯한 프로젝트 활성화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코인'으로 불렸는데…지분상 '남남'
클레이튼 재단이 사업 주체가 되면 카카오와 지분상 '남남'이 된다. 물론 클레이튼의 노드 참여자 그룹인 거버넌스 카운슬(GC)에 카카오와 다수의 카카오 계열사가 포함돼 있지만, 적어도 지분상으로는 관계가 없는 셈이다.
이에 투자자 사이에서는 클레이튼 기축 유틸리티 코인인 '클레이'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을 10.9%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특금법상 상장이 불가능한 특수관계는 아니지만, 지분관계상 '카카오 코인'으로까지 불렸던 클레이를 업비트에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클레이는 해외에서는 바이낸스와 MEXC, 국내에서는 빗썸, 코인원, 코빗에 상장돼 있다. 클레이튼 관계자는 "진척 사항에 대해 들은 바는 없다"면서 "블록체인 메인넷 활동, 생태계 확장이 된다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 리저브' 요구에 미유통 물량 73% 소각
클레이튼 재단은 리저브 물량을 소각해 클레이 가치 제고에 나서기로 했다. 재단이 보유한 클레이 미유통 물량 72억8000만개 중, 73%에 달하는 52억8000만개 클레이를 먼저 소각한다. 나머지 20억개의 클레이는 클레이 가치 제고 리저브로 분류해 GC 멤버들의 승인을 받아 사업에 활용하고, 활용처를 찾지 못하면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소각 계획은 28일 투표 승인 시 적용된다.
이는 클레이튼 투자자들이 그간 '제로 리저브'를 요구해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요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앞다퉈 재단 보유 물량을 소각하며 신뢰성 제고에 나섰다. 위믹스(WEMIX) 재단은 지난해 보유 물량 7130만위믹스를 소각했고, 라인의 링크(LN)는 예비 물량을 발행하지 않는 '제로 리저브' 전략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또한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튼성장펀드(KGF)와 클레이튼 개선 준비금(KIR)을 클레이튼커뮤니티펀드(KCF)로 통합한다. 크러스트는 KGF와 KIR을 통해 투자를 집행했는데, 지원한 프로젝트 일부에서 자금만 모집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클레이를 현금화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재단은 GC의 승인을 통해 새로 편성한 클레이튼재단펀드(KFF)와 KCF 투자를 집행하고 전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