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합병 9년 만에 분리한 직후 뉴스, 메일, 카페 등 핵심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다음의 '영광'을 이끌었던 서비스를 대폭 개선해 트래픽을 확대하고 수익성도 높이겠단 계획이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메일·카페 SNS까지 확 바꿨다…목표는 '트래픽'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에서 분리돼 사내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으로 출범한 '다음 CIC'가 연일 서비스 업그레이드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우선 포털 사이트 '다음' 뉴스 서비스에 실시간 채팅 방식의 '타임톡'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추천·찬반순 정렬과 같이 일부 댓글을 상위에 보여주는 형태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기사마다 24시간 동안만 타임톡을 제공해 댓글 참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확 줄였다. 뉴스 소비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트래픽 증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1세대 인터넷 기업 '다음'의 전성기를 이끈 서비스 중 하나인 이메일도 자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다음 메일과 카카오 메일 주소 전환 기능을 도입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서비스를 대폭 개편한 것이다.
김종한 다음CIC 다음사업개발실장은 "다음메일과 카카오메일 서비스별 고유 기능을 유지하면서 이용자 니즈와 편의성을 높일 디자인과 기능을 적용했다"며 "이번 개편을 시작으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메일 서비스를 지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명사로 꼽혔던 '다음카페'도 변화가 시도된다. 다음카페 내 오픈형 커뮤니티 공간 '테이블'을 론칭하면서다.
카페 가입이나 등업(등급 업그레이드)과 같은 복잡한 참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테이블에 접속하기만 하면 게시글과 댓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콘셉트다. 진입 장벽을 무너뜨려 트래픽 증가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빠르고 간편한 소통을 추구하는 요즘 이용자의 니즈를 서비스에 반영해 다음카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외국산에 사실상 밀려버린 국내 SNS의 자존심을 건 변화도 감지된다.
최근 브런치와 티스토리, 카카오스토리 3개 서비스를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으로 통합 브랜딩하고 서비스 연결을 진행한 것이다.
이를 위해 티스토리, 브런치스토리(브런치), 카카오스토리를 합쳐 '스토리 통합 홈'도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 메일,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에 이용자 트래픽을 증대하려는 목표가 담긴 것은 결과적으로 광고 수익을 더욱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수익성 극대화
다음의 이같은 변화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한 직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로 앞서 추진된 서비스 업그레이드 사례들은 독립법인 출범과 동시에 예고됐고, 1~2개월 사이에 오픈됐다.
다만 새롭게 시도되는 서비스들은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비스 개선이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독자 생존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은 전년대비 27% 감소한 836억원에 그치는 등 하락세를 겪었다. 이런 점에서 다음이 이번에 시도하는 도전들이 실패할 경우 '정리' 수준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업계에서 나왔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도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 CIC는 '정리 대상'이 아니라는 게 카카오의 공식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배 대표의 발언은 다음 CIC를 겨냥한 게 아니라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다른 사업 부문을 말한 것"이라며 "다음 CIC 출범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