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 처리지침을 발표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위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기 위한 경제적 통제 여부를 비롯해 모호한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설명회를 열고 가상자산 및 회계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최근 발표된 회계감독 지침안에 대해 안내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가상자산 회계감독 지침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회계기준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동 주최하고 가상자산사업자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했다.
윤지혜 금융감독원 회계관리국 국제회계기준팀장은 기업이 발행한 토큰을 판매하더라도, 수익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수행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큰 발행 시 수행의무를 명확히 파악해 식별하고, 수행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 토큰을 판매한 대가는 계약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행의무'의 기준은 모호하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이 발행사의 수행의무일 경우 충분히 안정적이거나 생태계가 활성화됐다고 인식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윤 팀장은 "우리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회사가 실질적으로 판단해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경제적 통제 여부를 판단해 고객의 위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라는 지침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윤 팀장은 "미국, 일본과 달리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므로 이 부분에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사업자가 판단하도록 참고 지표를 제공하므로 경제적 통제는 여러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결국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사업자가 위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할 것인지, 본인이 판단해 정하라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소유권을 갖고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으니 차라리 일괄적으로 가이드를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정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가격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 규모가 충분한 '활성시장'을 기준으로 가치를 측정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상장한 국내 거래소 자체가 없다시피해 가상자산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야만 하는 중소 가상자산의 경우, 가치를 측정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추가로 설명회를 열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10~11월에 최정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팀장은 "이 지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반영해야 하는 부분을 제시하고, 의견을 충분히 전달해달라"라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감독원과 충분히 논의할 수 있게끔 계속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