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장에서]한미그룹, 분쟁 후 첫 이사회...아직 '덜그럭'

  • 2024.04.04(목) 17:51

4일 이사회 개최, 임종훈 대표 선임
어머니와 공동경영…상속세는 숙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4일 오전 10시경 서울 송파구 본사에 출근해 이사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후문. 이사회가 열리기 2시간 전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차에서 내려 본사로 걸어왔다. 이사회와 관련한 질의에 그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형인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그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해 이사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OCI홀딩스 자회사인 부광약품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우기석 온라인팜 사장의 모습이 보였다. OCI그룹과 통합 결렬 이후 거취가 불분명하던 그는 이날 정상 출근하며 회사로 완전히 복귀한 듯했다.

이사회가 열리기 30분 전인 오전 10시. 송 회장을 태운 차가 정문 앞에 도착했다. 지난달 심하게 넘어져 주주총회에 참석 못 했던 그는 부축 없이 혼자 걷는 게 아직은 힘들어보였다. 송 회장은 배웅을 나온 직원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기자들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 없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형제와 최근까지 대척점에 섰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어 이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전 10시 30분. 모녀와 형제 측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가 열렸고, 1시간 10분쯤 지나 끝났다.

이날 이사회에서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선임됐다.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이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형제와 모녀가 회사를 공동 경영해 나갈 전망이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156여만주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형제는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다. 이후 주주제안을 통해 신규 이사선임 안건을 올려 형제 측 인사로 한미약품 이사진을 채울 계획이다. 형제가 확보한 한미약품 우호지분은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안건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추천된 뒤 대표이사에 취임할 계획이다. 이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밝힌 바이오의약품 100개 생산, CDO(위탁개발) 사업부 론칭 등의 새 성장 전략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새롭게 구성할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 신 회장은 분쟁과정에서 형제 측을 지지해 줬지만 제약산업에 식견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그는 1985년 자동차 부품 업체인 한양정밀을 세워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형제가 신 회장을 추천한 이유는 한미약품 지분 과반을 확보해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41.41%)에 신 회장의 지분(7.72%)을 더하면 우호지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형제 측의 설명이다.

상속세 문제는 해결해야할 숙제다. OCI와 통합을 추진한 계기는 상속세 해결을 위해서인데, 형제측이 이사회를 장악했어도 이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해외 사모펀드(PE)에 경영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지분을 일부 매각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 방안에 모녀가 찬성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비록 이날 형제가 송 회장과 공동 대표 체제를 꾸리면서 화합의 제스처를 보였으나 아직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니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형제 측은 이사회 이후 구축한 공동 대표 체계가 '임시적'이라고 표현했다.

형제 측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임종훈 대표가 경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단독체제로 가야하기 때문에 임시적이라 표현한 것"이라며 "경영권을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시장에서 확대 해석된 부분이 있다"고 부인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