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반복적인 특허소송으로 막대한 합의금이나 로열티를 요구하는 이른바 해외 '특허괴물'의 공격으로부터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릴까.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첨단바이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특허심판에서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특허심판 선진화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은 과학, 의학 등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재판에 참여해 자문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다. 전문심리위원은 법원 외부, 기술심리관은 내부 소속이라는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특허심판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참석이 의무가 아닌 탓에 활용이 저조하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지난 3년간 전문심리위원이 활용된 사례는 26건에 그쳤다.
대부분의 특허분쟁이 사실상 법관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이 첨예한 기술적 사안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 국내 특허법원에서는 법학 등을 전공한 인문계 출신의 법관이 다수를 차지한다. 1심에 해당하는 특허심판원은 심판관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공분야에 맞게 사건이 배당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런 배경에 한국은 지난 2022년 산업재산권 출원량 기준으로 글로벌 3위 수준의 지식재산권(IP) 강국에 등극했으나 보호 수준은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2024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는 67개국 중 31위에 그친다.
국내와 해외 특허법원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피해를 본 국내기업도 존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폐렴구균 백신을 개발했으나 2018년 화이자의 특허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유럽 특허법원에서는 면역학 분야의 전문가의 심리 하에서 특허권리를 인정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전략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제도의 의무화를 통해 특허심판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