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북한강이 흐르고
이어폰에선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어느새 마음속 깊이 감춰뒀던
타임캡슐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련한 기억속 비둘기호를 타고
혼자서 훌쩍 떠났던 경춘선 여행
가평, 대성리, 강촌, 남춘천까지
그 이름만으로도 추억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 경춘선이 오랜 시간 수많은 사연을 뒤로하고
이젠 복선전철과 ITX-청춘열차로 새로 단장했다.
멀리 강촌이 보인다.
강바람 맞으며 떠나는 자전거 라이딩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 단풍이 더해지면
경춘선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질 수 있다.
경춘선의 간이역 김유정역
사람 이름을 붙인 첫 철도역이다.
2004년 전까진 신남역으로 불렸다.
춘천시는 올 초부터 폐선로에
기관차와 객차도 전시하고 있다.
정순자 씨는 여기서 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
"주말은 200명, 평일엔 100명 정도 다녀가요.
이틀 전엔 5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과거 군 생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고생스러운 기억이 많아 쳐다보지도 않다가
30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해요.
마침 오늘 102보충대 마지막 입영식이었는데
아마도 102보충대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간 것 같아요."
폐선로에 전시된 객차 실내는 그 시절 그대로다.
기관사 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박은경, 신지혜, 원영은 씨 등 세 친구는
20대 젊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인천에서 당일치기로 여행왔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 경춘선은 어떤 의미일까?
"당일치기 여행으로 이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전철로 갈아탈 수 있어서 교통도 너무 편해요.
사진 찍을 곳도, 놀 곳도, 먹거리도 정말 많아요.
무엇보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어요.
누군가에겐 입영열차로
누군가에겐 엠티장소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첫사랑의 추억으로
타임캡슐에 묻어둔 경춘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문득 마음 한켠에서 진한 그리움이 배어난다면
당장 경춘선 여행길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