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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커피를 만났을 때

  • 2017.05.31(수) 11:16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골목은
늘 나들이객과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지금이야 서울의 명소로 유명해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고즈넉함이 묻어나는
말 그대로 작은 골목이었다.


커피팩토리의 김세훈 대표는
바로 이 삼청동 골목에서
커피 맛 하나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러 간 날도
아침부터 커피 로스팅에 여념이 없었다.


김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중남미문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지금도 경희대 스페인어과 겸임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88년 중남미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멕시코로 갔다가 커피를 만났어요.


같이 공부하던 학생 중에
아버지가 커피농장과 카페를 하는 친구가 있어
시간만 되면 그곳에 가서 배웠습니다.


커피를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멕시코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어요.


멕시코에서 처음 마셨던 그 커피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1997년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올림픽선수촌 근처에 2평짜리 카페를 차렸어요.


매일 아침 커피숍을 갈 때마다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커피를 볶고 제가 만든 커피를 좋아해 주는
손님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커피의 매력에 더욱 빠져든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아메리카노라는 말이 생소했는데
주변에 외국인이 많아서인지 대박이 났어요."

 

 

"지금 하는 작업이 핸드픽인데
로스팅한 원두에서 불량품을 골라내는 일이죠.


커피 맛은 워낙 민감해서
다른 맛이 조금만 들어가도 맛 전체가 달라져요.


핸드픽은 무척 고단한 작업입니다.
제 눈이 많이 나빠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게 커피를 볶기 전 생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콜롬비아 커피를 가장 좋아하는데
가장 균형 잡힌 맛을 가진 것 같아요.


커피에선 단맛과 쓴맛, 신맛은 물론
짠맛과 감칠맛도 납니다.


여러 맛이 공존하면서
균형을 이룬다고 보면 됩니다."

 

 

"로스팅도 기계가 다 볶는 것 같지만
90%는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야 합니다.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로스팅 과정이 가장 어렵습니다.


똑같은 원두를 가지고 똑같은 기계로 볶아도
작은 차이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집니다.


이게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고요."

 

 

커피팩토리의 또 다른 매력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인테리어다.


골목 앞쪽 입구에선 현대식 인테리어를
또 다른 입구에선 전통가옥을 만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된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하윤혜 씨는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커피를 마시러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한옥과 양옥 두 가지 인테리어를
모두 경험할 수 있어요.
깊고 진한 커피 맛도 항상 변함이 없어요.


케냐와 콜롬비아, 예가체프, 브라질 등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어
한국에 올 때마다 자주 찾습니다." 

 

 

커피팩토리 직원인 임원호 씨는
사장님 최고를 외친다.


"주방엔 거의 안 들어와요.
저희를 믿고 맡겨주는 것 같아요.


커피에 대한 사장님의 열정은 대한민국 최곱니다.
20년 동안 쌓은 노하우도 아낌없이 알려줍니다."

 

 

김세훈 대표는 말한다.

"카페를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어요.
그 시간동안 가족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예전엔 쉬는 날도 없었어요.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밤낮이 없었죠.


앞으로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제가 가진 재능도 기부하려고 합니다.


물론 멕시코에서 마셨던 그 커피 맛을 향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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