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봄은 날씨보다 먼저 찾아온다.
대표 핫플레이스 서울 홍대역 주변은
평일에도 싱그러운 젊음이 넘쳐난다.
젊음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답게
프렌차이즈 브랜드도 밀집해 있다.
변화에 밀리면 한순간에 문을 닫는
가장 치열한 경쟁의 공간에서
8년이나 사랑받는 카페가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땡스네이쳐카페는 양 카페로 통한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많은 사람이 양과 사진을 찍고 있다.
무서워 선뜻 다가가진 못하고
양을 보면서 웃는 모습이 정겹다.
카페 앞 공간 울타리 안에서는
땡스네이쳐카페 이광호 대표가
양과 친해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절대 물지 않으니까 겁먹지 마세요."
제일 먼저 들어가 양에게 먹이를 준다.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로
많은 언론에 잘 알려진 탓이다.
크리스타벨과 티아, 카티는 교환학생이다. 오리엔테이션 중에 이 카페를 찾았다.
인도네시아와 대만, 미국에 이르기까지
K팝이나 드라마를 보고 한국이 더 알고 싶어
직접 한국을 찾은 많은 학생에게
이곳 양 카폐가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한국 생활에 더 친숙해질 수 있도록
양들이 도우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양 카페를 차리게 됐을까.
"광고회사를 20년 했는데 부도가 났어요.
많은 것을 잃고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카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8개월 정도 혼자 공부하며 아이템을 찾았죠.
그 때가 2011년쯤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게 시작했죠.
먼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골랐죠.
자연주의 카페를 구상하긴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일단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손님이 많은 날엔
재료를 구하러 안양으로 파주로
직접 뛰어다니는 일이 허다했어요.
가족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다만 큰 그림은 가지고 있었어요.
스토리와 함께 연관성이 있는 차별화
또 독특하고 임팩트 있는 컨셉을 가진
카페를 그리면서 하나하나 만들어갔죠."
"어느 날 가족들과 대관령 목장으로
여행을 갔다가 양을 보는데
갑자기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 분위기와도 잘 맞을 것 같았죠.
그런데 목장주인이 분양을 안 해주는 거에요.
도시에서 양을 키운다는 게 상상이 안된 거죠.
양은 금방 자라서 6개월만 지나면
제가 키울 수 없는 크기가 돼요.
그때 다시 목장으로 데려오고
다른 새끼 양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부탁했죠.
정말 우연인데 목장주인이
고등학교 동창의 누님이더라고요.
덕분에 허락을 받을 수 있었죠."
양을 키우면서 어려움은 없을까.
"오늘도 양평에 가 양 목욕을 시켰어요.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씻겨야 하는데
이곳엔 그럴만한 장소가 없는 거예요.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양평에
대형견 목욕시설이 있다고 해 부탁했죠.
양은 처음이라면서 주인분도 웃더라고요.
양은 정말 손이 많이 가요.
울타리도 스트레스가 없도록 꾸며야 하고
털이 많다 보니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대형 선풍기로 시원하게 해줘야 하고
먹이도 꼭 시간 맞춰 줘야 합니다.
배가 부르면 그만 먹어야 하는데
다 먹어버려서 꼭 때를 맞춰야 하죠."
해외 언론엔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걸까.
"우연한 계기였어요.
홍대에 양 카페가 있다고
많은 분이 홍보해주셨는데
2015년 양띠해에 서울에 나와 있는
해외 방송사들이 카페를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어요.
예능방송에도 소개가 되면서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세요.
아마도 외국 분이 70% 이상일 겁니다.
지금 홍대상권이 많이 무너지고 있는데
우린 양들 덕분에 잘 버티고 있습니다.
8월 한 달은 목장에 머물다 오는데
매출이 반 이상 줄어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땡스네이쳐카페보다
양 카페로 더 많이 불러요."
이 카페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의
경력은 평균 3년이 넘는다.
하연주(맨 왼쪽) 씨는 칠레서 10년간 살다가
2016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면서 맞는 일을 찾았다.
"이 카페에 와서 제 꿈을 찾았어요.
원래 전공이 바이올린이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너무 잘 맞아
올해 호텔디저트과에 다시 입학했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찾게 된 데는
대표님도 큰 역할을 했죠."
이 카페에서 행복을 찾은
또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김수연 씨는 작년까지 수영 국가대표였다.
올해 이화여대 체육학과에 복학했다.
"7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는데
항상 경쟁하며 기록과 싸우는 삶이었죠.
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늘 1등을 향한 욕심에 긴장하며 살았죠.
제 경력이면 조건이 더 좋은
일자리도 찾을 수 있긴 했지만
친구들과 같이 밥 먹으며 수다 떨고
또 하나하나 세상을 배워가는 생활이
너무 즐겁고 좋아요.
1등을 해야 한다는 욕심이 사라지니
마음이 평안하고 소소한 일상도
선물 같은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이광호 대표도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놨던 꿈의 자락을 꺼내놨다.
"중학교 때까지 그림을 잘 그렸어요.
상도 많이 받았고 좋아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고를 갔죠.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 묻어놨던 그림을
요즘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도전은 자신감과 절실함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
내 꿈을 찾고 또 이룰 수 있겠죠."
세대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또 저마다 일하는 분야도 다르지만
양 카페는 행복과 꿈을 찾는 이들로 가득하다.
봄빛 좋은 날 양 카페에 들러
양도 보고 딸기와플도 먹으면서
행복한 봄의 설렘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