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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엔
요즘 초겨울 스산한 바람만 가득하다.
원래 조용하고 아담했던 동네였지만
몇 년 사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북적임 대신
스산한 바람만이 방문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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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에서
그랜드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골목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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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던 동네가
한적한 분위기로 다시 돌아간 이유가 뭘까.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없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의 취향이 바뀐 걸까?
김종순 대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그 시간을 쭉 지켜봐 왔다.
"6년 전만 해도 이곳은
그냥 서울의 평범한 동네였어요.
외국인이 많다는 게 좀 달랐죠.
이 동네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수제맥주나 자국의 먹거리를 팔면서
경리단길만의 어떤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죠.
골목안은 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
작은 공방들이 하나둘씩 생겨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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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의 가장 큰 매력은
골목골목 정감 가는 상권입니다.
아마도 그 당시 많은 이들이
경리단길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일 겁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이곳에선
왠지 익숙한 친구가 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렇게 붐이 일면서
초기에 가게를 연 외국인들은
오히려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죠.
방문객들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일상이 깨진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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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장 큰 원인은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일 겁니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기존 가게가 떠나면 그 자리엔
어김없이 프랜차이즈가 입주합니다.
임대료가 6년 전보다 3배나 올랐어요.
그러면서 경리단길의 첫 색은 퇴색하고
또 다른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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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이 줄면서 빈가게는 늘었는데
그런데도 임대료는 더 낮출 수가 없어
그냥 비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에 그 경리단길로 돌아가기엔
자본의 욕망이 너무 커져 버렸다.
걸어 다니며 즐겨야 할 문화 속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그 문화는 끝난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하나둘씩 피어난 특유의 문화가
거대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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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경리단길 터줏대감이다.
9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독일인 미샤엘 리히터 씨가
3대째 내려오는 비법으로
독일식 오리지널 호밀빵을 만들고 있다.
김종순 대표 말에 의하면
이 빵집 건물주가 좋은 분이라고 한다.
덕분에 경리단길이 시작할 당시 문화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장소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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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다소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독일 빵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다.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외국인이다.
독일인인 아나카 씨는 9개월 전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처음 빵집에 온 이들은
아나카 씨를 보고 잠시 당황한다.
아나카 씨는 그때 재빨리
"한국말로 주문하시겠어요"라는 말로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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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일식 빵집은
분명 색다른 느낌을 준다.
독일 맥주와 부어스트 소시지
그리고 데일리 수프를 맛보면
잠시나마 유럽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맛이 그동안 경리단길로
사람들을 이끈 문화였고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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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입구에 들어서면 벽면에
각국 언어로 된 인사말이 붙어있다.
지역주민들은 현재 경리단길이
턱걸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 발이 바닥에 닿진 않았지만
절박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지역주민들의 이 마음처럼
경리단길만이 가지고 있던
예전 그 고유의 색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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