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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냥 빚 갚는 말의 품격

  • 2018.10.26(금) 11:17

[페북 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이 깊어가고 있다.


말조차 살찌는 풍성한 계절
인간관계의 소통 창구인
우리 말도 함께 살찌고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관계가 깊어지고
또 서로를 더 잘 알게 될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말이 잘 안 통해 직장동료나 친구는 물론
가족 사이에서도 어려움을 겪곤 한다.


말을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지만
반대가 되면 큰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바둑캐스터 김예슬 씨는
바둑도 초·중·종반의 내용이
모두 좋아야 승리하듯
스피치도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둑을 보다 보면 그 안에
인생이 담긴 경우가 많습니다.


해설을 하다 보면 제 생각을 제대로
잘 전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제가 경험하고 느낀 생각을
말로 잘 녹여낼 낼 수 있는 방법
즉 말하는 포석이 중요합니다."

 


헤어디자이너 송민우 씨는
타고난 성격은 내성적인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고민이 더 컸다고 한다.


"시선이 집중되면 울렁증이 생기고
작은 목소리도 콤플렉스입니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말하기의 두려움은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 깊이 자리 잡은
내면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닥터핏필라앤요가 실장 에일린 씨는
수강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가 
항상 고민이었다고 한다.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
멋진 제스쳐와 고급스러운 단어
그리고 그 구조가 잘 맞아떨어져야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듣는 이를 배려하고 애정을 쏟을 때
말의 의도를 꽃피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연정 사람과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전문방송인으로 시작해 지난 15년간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


"다들 말문이 막히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 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그러면 꼭 집에 돌아오는 순간
불현듯 적당한 말이 생각나곤 하죠.


조금 전 바로 그 순간 그 작자에게
한방을 날리지 못한 게 분통해
잠 못 들고 씩씩거리곤 합니다.


이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말싸움의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 고민 탓에 몇 달씩
개인레슨을 받은 분도 계세요."

 


"CEO, 임원, 공무원, 의사, 전문강사
직장인, 취업준비생, 대학생 등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스피치는 어느 특정분야가 아니라
모든 분에게 고민임을 느끼게 됩니다.


스피치는 요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여러 종류의 소스를 어떤 순서로
또 어느 양만큼 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게 됩니다."

 


유연정 대표는 얼마 전에
말 잘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영화로 배우는 말의 품격'이란 책을 냈다.


"어떻게 하면 스피치로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16편의 영화를 소재로 그 답을 찾아봤어요.


우울증에 걸린 남편의 모습을 담은 영화는
입이 열리려면 먼저 마음이 열려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세상의 모든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드는 영화 어거스트 러시에선
말의 소재를 찾는 방법을 알 수 있고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훔친 카사노바는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대화법을 알려주죠.


말단사원 도라희는 
왜 보고할 때마다 상사에게 깨지는지
명쾌한 보고란 무엇인지에 대해
흥미진진 스토리로 그 기술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상황에 맞는 감정을 잇는

적절한 대화가 중요하지요."

 


"말은 스킬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기술보다 진정성 있는
감정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수강생들이 처음 왔을 때
다르게 해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인식을 바꿔주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우리가 아프거나 슬프면
대부분 생각도 부정적으로 바뀝니다.
마음이 병들면 말도 병듭니다.


말이 건강해지려면 가장 먼저 
우리의 병든 생각이나 틀어진 생각을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연정 대표는 이론은 알고 있는데
왜 말은 제대로 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말은 감정이나 생각을 전하는 수단입니다.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거나 오해가 생기면
마음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지게 됩니다.


분명한 사실은 좋은 말의 재료는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이라는 겁니다."

 


일본 작가 에모토 마사루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
여러 가지 단어를 보여준 다음
물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실험을 한다.


우리가 하는 말의 영향력과 파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자 함이다.


올가을엔 말(馬)보다
우리가 하는 말을 더 건강하게 살찌워
아름다운 결정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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