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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 2018.11.16(금) 09:16

[페북 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중순
눈이나 서리가 내린 곳도 있지만
가을을 떠나보내지 못한 곳도 있다.

 

단풍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아직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인천대공원도 못내 아쉬운 듯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

 


인천대공원은 1996년 개원했다.
대공원 안 인천수목원엔
3개 지구, 43개 전시원이 있다.

 
인천광역시 도서해안과 육상의
주요 식물종 1363종이 여기서 자란다.


인천 여성가족재단 식물과 원예반에서
가을 숲 수업을 위해 야외견학을 나왔다.

 


김승진 원예강사가
피라칸사에 대해 설명한다.


"울타리식물로 가시가 있어요.
빨간색 열매가 보이지요.
여름에 시작해 한 겨울까지
화려한 빨간색을 유지한답니다.


숨겨진 가시가 많아
울타리 역할도 합니다.
이 식물은 외국에서 넘어왔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울타리 식물은
명자와 매자, 탱자나무 등이 있어요.


잎 사이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울타리 식물계 세 차도녀로 불리죠."

 


"수목원에 오면 지자체마다
숲에 관해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많아요.


그냥 스쳐 지나가면 전부 나무지만
피라칸사 하나만 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알고 보면 하나하나 보이거든요.
그렇게 숲을 보면 훨씬 풍성합니다."

 


인천대공원의 호수정원은
계단폭포와 숲이 어우러져 있다.


곱게 물들었던 단풍은 탈색해 가지만
가을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점핑멀티짐 운동센터 회원들이
산책을 마친 후 호수를 배경으로
연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대공원만의 가을 매력에
회원들끼리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인천대공원은 일단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공기도 정말 맑아요.


바쁜 일상 속에선 짧은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곳엔 아직 가을이 남아있어
회원들과 같이 즐기러 왔습니다."

 


관모산 숲길도 명소다.
관을 쓴 모양이라 관모산(갓모산)이라 한다.


깊은 가을이 드리워진 등산로는
누구나 산책할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어르신들이
숲길이 참 좋다고 한목소리로 칭찬한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에서
가을햇살과 마주친 아름다운 단풍에
수녀님들이 가을 추억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가을 끝자락에 가을 색을 담고 싶다면
이 숲길을 꼭 걸어야 한다.


깊고 늦은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을다운 풍경이다.

 


친구 사이인 김지영, 박수현 씨
가을을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함께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김지영 씨는 대학 4학년인데
다행히 최근 취직에 성공해
다음 주부터 출근한다고 한다.


"올 초부터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다행히 취직하긴 했지만
취업 전 무거운 마음 때문에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는데
이제서야 단풍이 아름답게 보여요.


전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있는데
그나마 과 친구들은 취직을 많이 했는데
주변 친구들은 취업난이 심해
마음은 계속 한겨울입니다."

 


박수현 씨는 의류를 판매한다.


"지영이보다 일찍 취업하긴 했는데
서비스업이어서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아요.


퇴근도 늦다 보니 단풍도 못 느끼고
가을을 보내는 게 많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산책도 하니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해요.


지영이나 저나 아직 남친이 없는데
내년 가을엔 꼭 남친과 오려고 합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


낙엽을 품은 가을은 아직 곁에 남아 있다.


가을을 떠나보내기가 못내 아쉽다면
이번 주말엔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떠나는 가을을 마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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