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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153번지를 아시나요

  • 2018.01.31(수) 11:05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왼편으로 걷다 보면 하엽색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앞에 다가서자 시린 겨울바람을 타고
빵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자연스럽게 따뜻한 커피와 빵이 떠오른다.
안국153 빵집이다.

 


안국동 153번지는 역사적인 공간이다
기본적으로 100년이 넘은 건물인 데다


1907년 고종황제의 위임을 받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일본의 불법적인 침략 사실을 알린
이준 특사가 살던 집터다. 


190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부인상점(婦人商店)을 연 곳이기도 하다.

 


안국153 빵집으로 들어서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식빵들이 진열장을 장식하고 있다.

  
안국153는 효모식빵과 우유식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 외에도
30종류의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다.

 


7명의 직원이 빵집과 카페를 함께 운영한다.
김율현 팀장은 7년째 제빵사로 일하고 있다.


김 팀장은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후 건설사에서 일도 했다.


그러던 중 요리를 배우다 만난
발효에 푹 빠져 제빵사로 변신했다.


"발효와 부패는 종이 한 장 차이에요.
애정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매력이 있어요.


그 매력에 빠져 발효 관련 직업을 찾았는데
그게 제빵사였어요."

 


"직업을 바꿨더니 엄마가 어디 가셔서
딸이 어떤 일 한다고 말씀을 않는 거예요.(웃음)


지금은 너무 좋아하세요.
제가 만든 빵이 가장 맛있다고
칭찬할 때면 힘들던 시간이 보람으로 다가와요.
맛이 없을 때는 여지없이 직언도 해주세요.


7년째 제빵사로 일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빵이에요."

 


"안국153은 이스트나 보존제
식품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과일발효액종과 건강하고 좋은 재료를 쓰고
가격도 착하다 보니 많은 분이 좋아해요.


빵 종류에 따라 프랑스와 캐나다 밀을
우리 밀과 혼합해 최고의 식감을 만듭니다.


우리 밀만 사용하면 쫄깃한 식감이 부족해
이상적인 식감을 만들려고 혼합합니다."

 


김 팀장에게 맛있는 빵은 무엇일까.


"빵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발효점과 반죽, 굽는 방식과 모양에 따라
다 맛이 달라집니다.


발효점은 빵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날씨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빵 모양을 만드는 걸 성형이라고 하는데
제빵사의 감각에 따라 달라져요. 


이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졌을 때
가장 맛있는 빵이 나옵니다.
그래서 빵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빵과 음료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면
보기와는 달리 무척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드라이 플라워로 채워진 아늑함과
스피커에서 흐르는 익숙한 음악에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100년이 넘은 건물 천장과
모던한 느낌이 잘 어우러진 공간이다.


안국153이 왜 남녀노소 모두 즐겨 찾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는지 알 듯했다.

 


일본 효고현 이다미시에서 사는
김민정 씨는 둘째 딸을 만나러 한국을 찾았다.


"빵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갓 구워 나온 빵이
신선하고 식감도 좋고 정말 맛있어요.
일본에서 먹는 빵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편안한 느낌도 너무 좋고
오랜만에 딸을 만나 좋은 시간을 갖고 있어요.


저는 재일교포입니다.
일본에서 70년 넘게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합니다.


젊었을 땐 한국에 3번이나 유학 왔어요.
일본에서 한국어 선생님을 했습니다."

 


김은지 씨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 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시작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너무 재밌어요.

 

이젠 성인이잖아요.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제힘으로
학비를벌어서 공부하려고 휴학했어요.


앞으로 더 숨차게 달려야 하지만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스펙 대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제 인생을 개척해 보려고 합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같은 길을 걷지 않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제가 워낙 긍정적이어서
거기에 또 다른 행복이 있을 것으로 믿어요."

 


안국153에선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어도
친구와 만나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즐겨도
어르신들이 모이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묻어난 정취가
빵과 커피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그곳엔
세대를 가리지 않는 문화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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