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광장에선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사회 전반으로 실업난이 심각한 지금
노숙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분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뜻깊은 자리였다.
나종택 서울시 자활지원과 주무관에게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의 취지를 물었다.
"올해 3회째 맞고 있습니다.
저소득층과 노숙인, 쪽방 주민 등
취약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한 행사입니다.
60개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
민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박람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엔 108명의 일자리를 연결해줬어요.
매년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며
일자리 박람회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채용 중심으로 진행했다면
올해는 사진과 이력서 작성, 법률지원
건강 검진과 정신 상담까지
종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노숙인하면 게으르고 놀고먹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다시 시작하려는 분도 많습니다.
그분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합니다.
이 행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노숙인 일자리센터는 항상 열려있어요.
여기 오는 분들은 자활 의지가 강합니다.
취직 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습니다."
"노숙인하면 거리 노숙만 생각하는데
센터에서 자활 중인 분들도 많습니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맞을 수 있잖아요.
우리가 낸 세금을 왜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느냐는 지적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을 준 원인은
분명 노숙인들에게 있습니다.
스스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한데
우리 사회가 더 너그러운 눈으로 봐준다면
이분들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조세현 사진작가의
희망프레임팀도 박람회에 참여했다.
사진작가로 자활 중인 노숙인분들이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다 보니
자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한분한분 사진을 찍어주며 응원한다.
노정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정신건강 상담을 맡고 있다.
"노숙인 78.6%가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죠.
육체와 함께 정신도 건강해야
자활은 물론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팀은 10년째 노숙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봉사하고 있어요.
밥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건강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분들을 더 이해해주는 게 중요한데요.
팔다리가 부러지면 일하기 어렵잖아요.
우울증과 알콜중독, 불안감 등
이분들은 마음의 병이 깊어요.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노숙인이 된 분들도 많지만
어릴 때부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노숙인으로 생활하는 분도 많아요.
그분들이 건강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나온
성수미 팀장은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 귀농귀촌 홍보차 나왔어요.
귀농귀촌에 대한 생각은 있는데
잘 몰라서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정보도 드리고 상담도 합니다.
많은 분이 땅이나 집을 주는지 묻는데
예전엔 비용을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쉽게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
지금은 일정부분 자기부담이 있습니다.
정말 귀농귀촌을 원하는 분들에게
기회를 더 드리려는 취지이기도 하죠."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오는 걸 귀촌
농사까지 지으면 귀농이라고 합니다.
귀농은 5% 정도 됩니다.
귀농하면 3개월에서 1년 정도
임시 거처와 함께 적응 시간을 드립니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수는 없잖아요.
지자체에 여러 가지 일할 기회가 있는데
이 과정을 거쳐 귀농 의지를 확인하죠.
무조건 무료로 드리지는 않아요.
진짜 귀농을 원하는 분들은
그 의지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더 알아보고
이것저것 더 많이 노력합니다.
우리 도는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
쉽고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 방배동에 사무실도 운영하고 있어요.
언제든지 찾아오면 됩니다.
지자체마다 정착 프로그램이 많으니까
상담만 받아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려면
스스로에게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분들 역시
많은 용기와 다짐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하더라도
노숙인 출신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아직 많다고 한다.
박람회장 위를 드리운 파란하늘
누구나 고개를 높이 들고
이 파란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넘어진 사람들이 일어서려 할 때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용기가
우리에게도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