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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봄, 추억을 담아요

  • 2019.04.26(금) 09:58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대목이다.

봄은 모두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부모들에게 질문한다면 아마도

자녀가 태어나고 이름을 지어주고

또 불러주는 그때가 아닐까 싶다.

순수베이비 황병수 실장은

20년째 아기 사진을 찍고 있다.

"99년 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왔어요

군대 전역 후 복학을 했는데

사진학과가 영상학과로 바뀐 거예요.

졸업 후 교수님을 쫓아 무작정 왔죠.

경험이 없다 보니 차비 정도만 받고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는데

그마저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목욕탕에서 자면서 사진을 배웠죠.

1년 정도 지났을 거예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우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사진과 친구들이 많이 의아해했죠.

1년 동안 월급이 거의 없었어요.

월급 40만원을 받던 친구가

정말 부러웠던 시기였어요."

"누구나 그렇지만 서울로 올 땐

화려한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은 연예인 프로필 사진이나

패션 화보를 찍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

막상 아기들 사직을 찍다 보니

저와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기들이 너무 좋았어요.

미처 몰랐던 저를 발견한 거죠.

그 당시 한 달을 일하니까

70만원을 주시더라고요.

정말 얼마나 좋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술과 담배도 끊었어요.

아기들 사진을 찍는데

담배 냄새가 나면 안될 것 같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제가 월급을 모아 샀던

첫 번째 필름 카메라입니다.

오랜만에 만져보네요.

제 사수인 실장님이 사용하던

카메라였는데 제가 샀어요.

지금은 보통 아기 사진을 찍을 때

한 번에 400~500컷 정도 찍는데

20년 전 이 사진기엔 필름이

한롤에 9장밖에 들어가지 않아서

실장님은 한 컷도 실수하지 않고

아기 사진을 담으셨어요.

혹시라도 아기가 눈을 감거나

촬영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엔

난리가 나는 거지요.(웃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했어요."

"11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제 입장에선 큰 모험을 한거죠.

3년간 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라는 거예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앞날이 더 캄캄했어요.

그때 아내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죠.

직접 스튜디오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대출을 받아 전부 빚으로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돈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걱정이 많다 보니

정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어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쉬는 날 없이 3년간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빚을 다 갚게 되더라고요."

"순수베이비의 대표는

제 아내인 김명조 실장입니다.

가장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죠.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그만큼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임대료까지 뛰면서 삼중고를 겪지만

김 실장 덕분에 다른 직원 없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가끔 불만 섞인 전화들이 오는데

주로 김 실장이 해결합니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준다고 해도

고객이 맘에 들지 않다고 하면

저는 항상 고객 편에서 생각하고

처리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때때로 아내 편을 들어주지 못할 때

그 섭섭함을 잘 알고 있긴 하지만

그 마음이 제가 사진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입니다."

"20년간 아기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아기들도 있습니다.

시원이는 태어난 후 돌 때까지

큰 수술을 무려 3번이나 했어요.

온몸이 바늘 자국으로 시퍼렇지만

백일부터 돌까지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밝게 웃어주곤 했죠.

건강한 아기도 쉽지 않은데

시원이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다른 한 아기는 시각과 청각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어

눈빛으로만 교감하며 촬영하는데

마치 대화하듯 참 행복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다 같잖아요.

제게 꿈이 있다면 마당이 있는

베이비스튜디오를 갖는 겁니다.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광으로

아기들의 생생한 표정을 담고 싶어요."

조광래 포토그래퍼는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직장인으로 주말에만 사진을 찍다가

베이비 전문 포토그래퍼가 됐다.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했는데

한 분의 권유로 석 달 정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배웠는데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제가 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10년 전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어요.

제 경험에 비춰 말씀드리면

포토그래퍼로 일한다고 했을 때

두 가지는 꼭 명심할 필요가 있어요.

아기를 좋아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마케팅을 어떻게 할 지도 중요해요.

안 그러면 금방 후회하게 됩니다.

일을 시작한 후 채 석 달도 안돼

그만두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장철웅 포토그래퍼는 직접 집으로

찾아다니면서 아기 사진을 찍는다.

"돌잔치 스냅촬영을 가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튜디오 사진보단

집에서 엄마 아빠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장 변화를 감지했어요.

돌 스냅사진과는 별개로 평일에

베이비 야외촬영도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 등으로 매출이 떨어졌고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거죠."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는

일반적인 아기 촬영과 많이 달라

오히려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아기 옷이 신축성이 없는 경우엔

옷 입히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어서

아들을 데리고 매일 연습했어요.

한복도 엄마가 고를 수 있도록

여러 벌 가지고 다니는데

보통 하루 예약이 5~6군데여서

세탁 후 다림질도 쉽지 않았어요."

"이 시장도 불경기거든요.

거리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다르지만

백일은 5만원, 돌은 6만원 정돈데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 시작 후

매출이 3배 정도 늘었어요.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

새로운 시장이 열린 거죠.

집에서 촬영하면 장점이 많아요.

외출 물품을 따로 안 챙겨도 되고

아기 컨디션만 신경 쓰면 되는 거죠.   

집은 아기가 가장 편한 공간인 만큼

사진 촬영도 훨씬 수월합니다."

요즘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선

개화기 의상을 입고 사진 찍기가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선

옛 교복을 입고 사진 찍기가 유행이다.

서울 고궁 근처에선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억은 차곡차곡 방울방울 쌓여

우리의 시간이 되고 또 추억이 된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날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사진 한 컷 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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