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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박자 댄스리듬엔 행복이 있다

  • 2019.05.17(금) 15:30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열정을 상징하는 5월의 장미가

고혹적인 자태로 만개하고 있다.

싱그러운 봄을 더 누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때이른 폭염이

전국 곳곳을 달구고 있다.

퇴근 무렵이면 몸도 마음도

지치면서 에너지가 바닥난다.

그 에너지를 늦은 밤까지

땀과 열정으로 또 흥겨움으로

다시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수업을 마치고 일을 끝낸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홍대에 있는 클럽텐션으로.

클럽텐션에선 요일마다 다른

라틴댄스 동호회가 모인다.

오늘은 에버라틴 동호회다.

왕초보로 살사댄스에 입문하는

수강생들이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의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한다.

손을 잡는 방법을 시작으로

상대방에 대한 매너부터 배운다.

왕초보 반은 총 8주 과정이다.

바로 옆에선 왕초보를 뗀

초급반 수강생들이 수업을 받는다.

춤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한 회원은

라틴댄스를 배우기로 마음먹고서도

한동안 무척 두려웠다고 한다.

몸도 마음도 따로따로 놀았는데

웨이브가 조금씩 되기 시작하더니

이젠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홀딩(춤을 함께 추자는 사인)도

자연스레 익숙해졌다고 한다.

라틴댄스 수업은 총 2시간이다.

한 시간은 레슨 또 한 시간은 파티로

마음껏 라틴댄스를 즐긴다.

처음 살사를 배운 수강생들은

거울을 보며 스텝을 익힌다.

살사는 종종 영어에 비유되곤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도

춤으로 대화할 수 있어서다.

직장인 방울 씨는 같은 회사

상사의 권유로 춤을 시작했다.

"매일 일이 끝나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우셨나 봐요.

제 상사도 여자분이신데

춤을 배워보라고 추천하셨죠.

처음엔 용기가 필요했어요.

새롭게 취미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마냥 쉽진 않잖아요.

인식이 많이 바뀌진 했지만

아직도 춤을 배운다고 하면

주변 시선들도 조금 걱정됐죠.

동호회에 다양한 분들이 계셔서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운동도 되고

다이어트 효과도 있을듯하니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용기를 갖고 시작하게 됐어요.

이젠 일주일에 5일씩 다닐 만큼

춤과 동호회를 좋아하게 됐어요.

특히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살사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된 거죠.

지금 11개월째 배우고 있는데

정말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데

그전엔 일을 마치면 할 게 없어서

숙소에만 머물곤 했는데

이젠 할 일이 생겼어요.

살사바에 가서 춤을 추면

현지인들과도 금방 친해집니다.

그들의 춤 문화를 배우기도 해요.

이제 직장생활 6년 차인데

스트레스를 풀 통로가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해요."

심성광 씨는 'DJ CHUN'으로

3년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살사댄스는 신나고 젊어요.

바차타댄스는 애절한 사랑이야기죠.

제가 춤을 무척 좋아했는데

무릎을 다치면서 춤을 못 추게 됐어요.

그 대리만족이 라틴음악이었는데

1년 정도 공부한 후 용기를 내

DJ의 문을 두드리게 된 거죠.

직접 춤을 출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나 행복합니다."

신성범 텐션클럽 대표는

춤이 좋아 3년 전 이 클럽을 차렸다.

"제 닉네임은 재키입니다.

라틴댄스는 커뮤니케이션 문화예요.

온라인에선 자신만의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에버라틴 동호회만 해도

회원 수가 7만 명이 넘어요.

서울에만 크고 작은 커뮤니티

라틴댄스 동호회가 50여 개나 돼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라틴댄스를 즐기고 있는 거죠.

라틴댄스는 다른 춤과는 달리

소셜댄스 즉 사교댄스입니다.  

특별한 규격이나 의상 없이

자유롭게 춤을 추면 됩니다.

해외에도 라틴댄스 바가 많은데

서로 초청하면서 교류하고 있어요."

"춤은 만국 공통어입니다.

처음 가본 낯선 나라에서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춤으로 교류할 수 있는 거죠.

라틴댄스는 손끝을 잡고 추는데

그 손끝의 신호로 대화합니다.

라이트턴을 할지 레프트턴을 할지

드럽앤 캐치를 할지 끊임없이

상대방과 대화하며 춤을 춥니다.

2002년에 스키를 타다가 다친 후

우연한 기회에 라틴댄스를 만났어요.

17년째 이 춤을 추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자유로움이 라틴댄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저도 낮엔 직장생활을 하는데

갇혀있던 그 삶 속에서 벗어나

춤과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날립니다.

짜증스럽게 고민을 쏟아내지 않고

춤이란 공통분모를 통해서

웃으며 풀어갈 수 있다는 행복이

춤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춤이 좋아 시작했지만

그 안의 사람들이 좋아

즐거움이 더 커졌다는 방울씨 말처럼

춤을 추며 손끝으로 상대와 대화하고

춤을 완성해 간다는 신대표의 말처럼

우리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 행복을 찾는다.

6/8박자 댄스리듬 스텝을 밟으며

그 간극을 조금씩 좁혀 나간다.

그 사이에 행복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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