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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vs 재계]④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 2014.01.23(목) 15:01

영장기각, 불구속기소…타 그룹 '부러움'
검찰, 법원 건강문제 고려한 듯

최근 사법부가 재벌 일가에게 보내고 있는 싸늘한 시선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거액의 횡령·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형제나 모자가 검찰 기소 단계에서부터 구속되거나 법원이 법정구속한 결정과 달리 총수 부자가 동시에 불구속된 효성그룹이다.

 

법원은 조세포탈, 배임 등 총액이 8000억원 가까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다시 정식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곧바로 불구속기소했으며,  조 회장은 지난 21일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 세금탈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조 회장은 검찰에서 연일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1주일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 7900억원대 기업범죄 불구속…재계 '부러움'

검찰은 지난해 12월 13일 조 회장에 대해 501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1506억원 규모의 세금을 내지않고 횡령 690억원, 위법배당 500억원 등 모두 7900억원대의 조세포탈,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1997년 IMF 위기 이후 10여 년에 걸쳐 효성그룹 계열사 매출이나 이익 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런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조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효성그룹의 후계자이자 장남인 조현준 사장의 경우 사적으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 16억원을 효성 법인자금으로 결제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불구속기했다.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비슷한 입장의 다른 대기업들은 효성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검찰은 1400억원대의 횡령을 저지른 태광산업 이호진 전 회장은 구속기소, 이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전 상무에 대해 불구속기소했지만, 1심 법원이 이 전 상무를 법정구속해 사상 초유의 '모자(母子) 동시 구속' 사례가 빚어졌다. 또 효성 조 회장과 같은 혐의를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500억원대의 조세 포탈 혐의와 15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SK그룹의 경우는 1심에서 최태원 회장이, 2심에서는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법정구속됐었다.

◇ 출국금지 해제, 미국 출국도

재계 오너들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사법부의 칼날이 무뎌어져 가는 조짐일까? 효성그룹 부자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결정은 재계를 안도하게 만들었지만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조 회장이 검찰의 출국금지 일시 해제로 미국으로 출국한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 앞서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불구속기소 이후 출국금지 상태였던 조 회장은 지난 21일 정밀진단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이 다음달 5일 공판 전까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받고 일시적으로 출금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수술이 아닌 진단을 위해 출국금지를 해제하자 법조계 주변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유독 효성에 관대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과거 이호진 전 회장은 간암 수술, 이재현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이 임박해서야 구속집행정지를 받은 바 있다.

▲ 서울 마포구의 효성그룹 본사 사옥. 지난해 9월 국세청의 탈세 혐의 고발 이후 효성그룹은 검찰 압수수색과 금융거래 내역조사, 조회장 부자에 대한 잇따른 소환조사 등으로 풍파가 끊이지 않았다.


◇ 2012년 땅 소송도 승소

조 회장은 1,2심서 모두 졌던 땅 소송을 대법원에서 뒤집은 적도 있다. 조 회장은 1989년 효성그룹 임원인 조카사위 이모씨 이름으로 경기 이천시 임야 7만2860㎡를 샀고, 이씨는 이 땅을 관리해왔다. 세금 납부고지서가 오면 조 회장에게 보냈고, 종합토지세는 조 회장이 모두 냈다.


땅을 사 차명관리한 지 6년 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했다. 이후 조 회장은 2004년쯤 명의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씨는 이를 거부하고 이때부터 재산세도 자신이 직접 냈다. 결국 조 회장은 2009년 부동산 명의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내리 패소했다.

 

부동산실명제법에 따라 조 회장의 합법적인 명의신탁은 1996년 7월 끝났고 이때부터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생겼는데 소멸시효가 10년이라는 이유였다. 조 회장이 조카사위 이씨에게 소송을 내려면 2006년 6월까지는 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소송의 소멸시효를 부동산실명제를 시행했던 1995년을 기준으로 하는게 아니라 조 회장이 마지막으로 세금을 냈던 2004년으로 봐야한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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