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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vs 재계]⑥ 삼성家 상속분쟁

  • 2014.01.27(월) 15:34

1심 법원, 이건희 회장 손들어줘
이맹희씨 편지·조정 등 화해 시도

다음달 6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 형제 간 상속분쟁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2011년 국세청 공문으로 시작된 두 형제 간 4조원대 상속분쟁에서 1심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말 맹희씨가 화해의 뜻을 밝혔지만 이 회장은 단호히 거절하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대한통운 입찰, 미행 등으로 삼성과 CJ 간에 빚어진 각종 갈등이 고등법원 선고로 끝이 날 지, 아니면 대법원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 국세청 공문으로 촉발된 상속분쟁

2011년 6월 국세청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사진 오른쪽)에게 공문을 발송한다. "이병철 회장 차명재산이 2008년 이 회장 명의로 바뀐 것은 다른 상속인들이 지분을 포기하고 이 회장에게 증여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삼성특검을 통해 밝혀진 차명재산 상속분에 대해 국세청은 거액의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측은 곧바로 이맹희씨(사진 왼쪽)의 아들인 CJ 이재현 회장 등을 포함한 일가에게 "모든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 재산에 대해 어떤 이의도 없다"는 내용의 '상속포기각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회신을 하지 않았고 이 와중에 CJ가 눈독을 들이던 대한통운 인수전에 삼성SDS가 참여를 선언했다. '삼성 방계 간 업종 침해는 없다'는 불문율이 깨지면서 상속분쟁이 삼성-CJ 간 갈등으로 확대됐다. 결국 CJ가 대한통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양측의 앙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해를 넘겨 2012년 2월 이맹희씨는 이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 규모의 첫 상속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 인지대 22억여원을 납부했다. 이맹희씨는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물산의 한 직원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하다 적발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삼성가 둘째딸 이숙희씨도 이 회장을 상대로 1900억원 규모의 상속 소송을 제기했고 3월에는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회장 손자 등 일가도 같은 소송을 냈다. 애초 이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배당금 1억원 등을 청구했던 맹희씨는 공판 때마다 소송가액을 계속 올려 원고측 청구금액은 모두 4조849억원에 달했다.

소송 과정에서 이맹희씨 측이 "한 푼도 안 준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고 말하자, 이 회장은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한푼도 줄 수 없다"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며칠 뒤 출근길에서는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할 상대가 아냐, 바로 내 얼굴을 못 보던 양반"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1심 이건희 회장 완승

그해 5월 첫 변론을 시작으로 연말 결심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불꽃 튀는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해를 넘긴 2013년 2월 1일 1심 선고에서 이건희 회장은 완승을 거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는 이맹희씨 등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각하 판결은 원고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고, 청구 기각은 원고 패소 판결과 비슷한 의미다.

재판부는 "이 회장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50만주 중 각하한 부분은 법률적 권리행사 기간(제척기간)인 10년이 경과돼 부적법하고, 나머지 주식과 배당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판결 결과에 이 회장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담담해했고, 이병철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맹희씨측은 항소 여부를 고심하다 항소 기한 마지막날 항소장을 제출하며 유산상속 분쟁 2차전을 시작했다. CJ그룹은 항소를 만류했으나 이 전 회장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이숙희씨와 이창희씨 일가는 항소하지 않았다.

◇ 화해편지·조정 논란

서울고법 민사합의14부에서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 이맹희씨는 최근 잇따라 이 회장 측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지난 14일 공판에서 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은 "이 소송이 삼성 경영권에 위협이 된다는 이 회장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송가액을 대폭 감축했다"며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2000억원 상당의 청구와 50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무상주에 대한 청구를 취하했다.

또 맹희씨는 재판부에 보낸 편지에서 "얼마 전 건희로부터 절대 화해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마지막으로 노욕을 한 번 더 부리겠다. 지금 제가 가야하는 길은 동생과 화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화해하겠다는 뜻을 여과없이 밝힌 것이다. 이 외에도 맹희씨는 과거 선친의 유언, 이 회장의 가업 계승, CJ와 삼성 관련 갈등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은 서신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맹희씨 측이 에버랜드에 대한 청구는 취하하면서 이 회장에게 청구하는 금액은 오히려 9400억원으로 높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화해 의사의 진정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 대목이다. 또 맹희씨측이 화해를 바란다면서 소를 취하하지는 않고, 법원의 법률적인 판단인 '조정' 의사를 물은 데 대해서도 불신의 시선을 보냈다. 삼성측은 결국 조정을 거부해 삼성가 유산 분쟁 2라운드 결과는 다음달 6일 오전 10시 항소심 선고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 이건희 회장 측 소송 대리인인 윤제윤(오른쪽) 변호사와 이맹희 전 회장 측 소송 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가(家) 유산소송' 항소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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