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이후 재계 사정의 1호는 CJ그룹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해외법인 등을 통해 수천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CJ그룹 본사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수사 시작 두 달만에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CJ그룹 수사 시작 9개월 만인 오는 2월 14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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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변호인 치열한 쟁점 공방
1657억원 규모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가 맡고 있다. 지난 14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6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리는데 재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 간에 뜨거운 법리 논쟁이 이어졌다.
먼저 세금포탈에 대한 부분에서 검찰은 이 회장이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CJ주식을 사고팔면서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등 500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신주인수권부전환사채(BW)를 발행해 취득할 당시에는 소득세를 낼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고의로 조세포탈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또 "SPC는 이 회장과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세금은 이 회장이 아닌 SPC가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외 법인자금 603억여원을 빼돌려 고급 와인과 미술품, 자동차 구입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검찰이 603억여원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과 자금흐름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입증하는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이 회장 측은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삼성계열 분리 직후 임직원의 동요를 막기 위해 격려금 등 공적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07년 1월 이 회장이 일본에 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 CJ일본법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CJ일본법인에 연대보증을 하게 한 것을 각각 횡령과 배임, 별개의 범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변호인단은 하나의 대출을 받기 위해 일어난 일련의 담보제공 행위인 만큼 별개의 범죄로 기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시한부 인생' 복귀 호소
이재현 회장은 현재 신장이식 수술로 구속 집행 정지 처분을 받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러나 1심 선고에서 실형을 받게 되면 구속 집행 정지가 연장되지 않는 한 감옥으로 가야한다.
이 회장은 1심 재판 진행 도중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여러 차례 출석했다. 지난해 가을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잠시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면역 이상으로 인한 바이러스 간염으로 지난해 11월에는 병원에 다시 입원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 나온 이 회장은 눈물의 최후진술을 했다. 삼성에서 분리해 독립하는 과정을 회상할 때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자랑스러운 장손이 되고자 밤낮으로 일만 했다"면서 "신장을 이식받은 50대 환자의 남은 수명이 평균 15~20년으로, 나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CJ그룹은 지난해 5월 검찰 수사 이후 6000억원대의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베트남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프레시웨이 역시 중국과 베트남 급식시장 진출이 연기됐으며, CJ대한통운의 경우 미국 종합물류업체 인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재계는 최고경영자의 장기 부재가 CJ그룹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