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요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찬성·반대 어느쪽에 손을 들어줄지 선공개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국민연금, 현대건설·신세계·농심 사외이사 선임 "반대")
자연스레 이번 주총시즌 '뜨거운 감자'인 대한항공과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이 이들 회사 주총 전 해당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는 것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표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4일부터 20일까지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투자회사 23개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방향을 12일 선공개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지난달 '지분율 10% 이상이거나 국내주식 자산 중 보유비중 1% 이상인 기업'에 대해 주총 개최 전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하겠다고 결정한데 따른 이행 조치다.
통상 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총은 3월 중·하순에 밀집되고 국민연금이 지분율 10% 이상 또는 보유비중 1% 이상인 기업은 100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결권 선공개 대상으로 앞으로 최소 70여곳이 더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주총 시즌 최대 이슈기업으로 떠오른 대한항공과 현대모비스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방향을 어떻게 발표할 지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결권 방향 선공개 기준인 '지분율 10%'에 부합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정기주총을 열어 조양호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국민연금은 늦어도 다음주내 의결권 방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정관상 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가 아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의 3분의2이상(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 다시말해 67%의 찬성표를 얻어야한다. 10%넘는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총수일가 일탈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주총 전에 밝힌다면 다른 투자자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모비스도 관심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10.01%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정기주총 주주명부 확정시점인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는 9.98%를 가지고 있었다.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사전 공시 대상이 되는 지분율 10%는 주주명부 확정일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방향을 선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변수는 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별도로 결정한 주총 안건은 지분율과 상관없이 주총 개최 전 의결권 방향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2일 정기주총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와 배당, 정관변경,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처럼 관심이 집중되는 현대모비스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이 회사 측 또는 엘리엇 측 안건 어느쪽에 찬성 의사를 밝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파급효과를 굳이 감당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사 결정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