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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LG하우시스의 '불통' 역주행

  • 2019.03.20(수) 14:38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겸임 안건 주총 통과
이사회 분리 추세 역행…주주 소통도 부족

지난 14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서 열린 LG하우시스 정기 주주총회. 여느 주총장과 같이 20여분만에 끝났다. 12개 부의 안건 모두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LG하우시스의 주총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안건은 바로 정관 변경이었다. LG하우시스는 이번 주총에 대표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건을 상정했고, 표결끝에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대표이사를 맡은 민경집 사장은 그동안 이사회 멤버로만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관 변경으로 민 사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특히 이 안건이 관심을 받은 것은 LG하우시스의 변화가 최근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추세와 반대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올해는 SK그룹 지주회사인 SK㈜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정관을 바꾸며 변화를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만 맡고 이사회 의장은 외부인사가 담당하는 구조다. 이사회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란 설명이 붙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도 비슷한 분위기다. LG전자는 올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 형태다. LG하우시스 역시 그동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다른 사람이 맡아 왔다.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허용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배경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관심에 대해 LG하우시스가 주주에게 보인 소통 노력이 낙제 수준이라는 점이다. LG하우시스는 이 안건에 대해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임'한다는 모호한 설명을 내놨다. 그동안의 체제를 깨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안건을 상정한 이유로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청해도 "문장 그대로 이해해 달라"는 답이 전부였다.

이런 인식은 결국 반대표로 이어졌다. LG하우시스 지분 12%대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이 안건에 반대했다.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CPPIB) 역시 반대표를 던졌다.

물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느냐, 분리하느냐가 기업 경영에 있어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어떤 형태가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엇갈린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성장해 왔고, 지금도 그 체제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그 기업에 가장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선택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LG하우시스는 국민연금이 지적한 대로 '정당한 사유'에 대한 소통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비록 안건은 통과됐지만 그 부담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경집 사장과 그가 이끌어갈 이사회가 온전히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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