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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4조원 딜 시작일 뿐…자신한 이유는

  • 2025.04.09(수) 17:10

9일 투자자 대상 설명회 개최
최근 4조원 규모 기술이전
"기술이전 지속적으로 가능"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사진=에이비엘바이오

"영화 해리포터처럼 플랫폼 기술이전 1편 이후 2편, 3편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사진)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최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맺은 4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딜(거래)는 시작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계약 과정에서 상업성이 큰 타깃을 제외하고 항체뿐만 아니라 유전자치료제로 개발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잠재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딜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4조원 빅 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7일 영국계 빅파마인 GSK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플랫폼인 '그랩바디-B'를 총 계약규모 21억4010만파운드(4조1000억원)에 이전했다.

GSK가 복수의 신규 타깃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양사 협의로 GSK가 개발할 타깃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0년 알테오젠과 머크가 맺은 4조7000억원 규모의 딜 다음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플랫폼 기술이전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9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7일 발표한 기술이전 거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22년 프랑스계 빅파마인 사노피에 그랩바디-B 플랫폼으로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후보물질 'ABL-301'을 10억6000만달러(1조5000억원)에 이전한 바 있다. ABL-301은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딜의 의미가 큰 이유는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약물을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랩바디-B의 기술력을 빅파마로부터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그랩바디-B와 같은 'BBB 셔틀(전달) 기술'은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등 대부분의 CNS(중추신경계) 약물이 BBB를 통과하지 못해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애브비는 지난해 BBB 셔틀 기술을 가진 알리아다테라퓨틱스를 14억달러(2조700억원)에 인수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는 같은 해 바이오아틱의 BBB 셔틀 기술이 접목된 알츠하이머 후보물질을 12억5000만달러(1조8500억원)에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드물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다날리 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BBB 셔틀 기반의 약물을 1년 만에 반환했다. 로슈는 BBB 셔틀 기술을 접목한 알츠하이머 약물 '트론티네맙'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에서 우수한 약효를 냈지만 환자가 사망하는 등 부작용 문제를 안고 있다.

이상훈 대표는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드날리가 바이오젠과 다케다제약에 기술이전했던 TfR(트랜스페린 수용체) 기반의 BBB 셔틀 약물이 부작용 문제로 최근 반환됐다"며 "이 가운데 저희가 GSK와 딜을 통해 글로벌에서 단연코 IGF1R(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 기반으로 BBB 셔틀의 선두주자 플랫폼이 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시작일 뿐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계약이 그랩바디-B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GSK와 계약을 통해 상업적 가치가 큰 타깃을 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낸 데다, 항체를 넘어 유전자치료제로 BBB 셔틀 기술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떄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GSK와 맺은 계약은 타깃 독점계약이다. GSK가 그랩바디-B를 활용해 개발하는 타깃 단백질에 한해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다른 제약사와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 끈질긴 협상 끝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이번 독점 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타깃은 현재 알츠하이머의 원인 단백질으로 가장 주목받는 대상이다. 향후 에이비엘바이오가 다른 제약사와 이를 타깃으로 한 기술이전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은 시장성이 너무 컸기에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했다"며 "저희가 GSK를 설득해 두 항체를 지켰던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향후 에이비엘바이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에 대해 타깃이 아닌 품목별 독점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하나의 후보물질이나 치료제에만 플랫폼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타깃 독점계약을 맺으면 기술이전 등의 사업기회를 제한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저희도 앞으로 알테오젠과 같이 타깃이 아닌 품목 기반의 기술이전 비즈니스를 할 것"이라며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만난 회사와 아밀로이드 베타와 관련한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서 항체를 넘어 유전자치료제로 그랩바디-B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에이비엘바이오에 큰 수확이다. GSK가 향후 그랩바디-B를 활용해 개발할 약물 중에는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등의 유전자 기반 치료제가 다수 포함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아이오니아와 BBB 셔틀에 siRNA 등의 기반이 되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붙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두 회사는 뇌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향후 관련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상훈 대표는 "GSK와의 계약 이후 항체와 유전자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며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뿐만 아니라 타깃 측면에서도 기회가 훨씬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딜 자체보다 더 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2025년 이후부터는 이전에 알고 있던 에이비엘보다 더 폭발적인 성공 사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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