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들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 기술거래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계약 규모는 사노피 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올해가 기업가치를 점프업(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시험 결과발표 등 기업가치를 좌우할 여러 이벤트가 몰려 있어서다.
당장 오는 3월 담도암 치료제의 후기 임상결과가 공개된다.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되면 파트너사를 통해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뇌신경질환 분야에서는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인 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도 임상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빅파마들 만나보니
이 대표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3월 말 담도암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ABL001'의 임상 2·3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한다. 미국 파트너사인 컴퍼스테라퓨틱스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하면 이듬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를 통해 1차 치료제로 치료단계(차수)를 앞당기는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컴퍼스테라퓨틱스는 이 소식을 알린 지난 8일(현지시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30.0% 올랐다. 1차 치료제로 개발되면 더 많은 환자가 처방받으며 수익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ABL001은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며 "만약 허가를 받으면 유한양행 다음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미국에 항암제를 출시해 로열티(판매 수수료)를 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파킨슨병 후보물질인 'ABL301'의 임상 1상 결과가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22년에 사노피에 이 물질을 총 10억6000만달러(1조5000억원)에 이전한 바 있다. 이후 임상 2상에 진입하면 사노피로부터 임상 1상 때 받았던 2500만달러(350억원)보다 큰 마일스톤(단계별 개발료)을 수취할 전망이다.
마일스톤 외에도 이번 임상이 중요한 것은 '그랩바디-B'라는 플랫폼(원천기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술력을 알아본 빅파마들이 계약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달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미팅을 여러 번 요청하는 곳도 있었다.
이 대표는 "그랩바디-B는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보고 있으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빅파마들과 심도있는 얘기를 나눴다"며 "다음 계약은 규모 측면에서 ABL301 건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중항체 ADC, 임상 들어간다
이날 에이비엘바이오는 오는 하반기 미 FDA에 개발 중인 두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을 밝혔다. 두 약물은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에 네덜란드 ADC 전문기업인 시나픽스의 링커, 'TOP1'이라는 페이로드(세포독성물질)를 붙인 구조로 이뤄 졌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7월 이중항체 ADC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어 미국에 에이비엘바이오USA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곧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 출신의 경영진을 선임할 계획이다.
이중항체 ADC는 단일항체 대비 약효나 안전성 등에서 장점이 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3년 중국 바이오기업인 시스티이뮨은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84억달러(12조700억원)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이중항체 ADC 기술거래가 잇따라 터지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저희가 차지할 수 있는 포지션이 커지고 있다"며 "이중항체 ADC는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나 M&A(인수합병) 등의 성공 사례를 다시 한번 보여줄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