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각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삼성전자도 귀한 시간을 벌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관세 유예 호재 덕을 가장 크게 볼 기업 중 하나로 삼성전자를 지목하고 있다.
마침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터라 2분기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갤럭시 S25 엣지에서 폴더블폰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등에 업은 모바일을 비롯, 가전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실적 호조가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D램 왕좌 자리를 빼앗긴 반도체 부문은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연이은 희소식 날아든 삼성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각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서만 인상한 상호관세율을 부과하고 나머지 70여개 대상국에 대해서는 90일간 유예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무역 대상국에게 관세를 부과를 본격화 한다고 밝힌지 16시간만에 입장을 일부 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삼성전자에게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1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가운데, 이같은 흐름을 지속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8일 나온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증권가 전망을 1조5000억원가량 웃돌았다.

특히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간 이어져온 영업이익 하락의 흐름을 반전됐고 매출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25가 판매 호조를 기록하면서 모바일(MX/NW) 부문에서 호실적을 달성한 덕분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25시리즈는 역대 최단 기간인 출시 21일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흥행을 예고한데 이어 올해 1분기 기준 135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에는 본격적인 관세 부과로 1분기와 같은 호실적은 꺾일 것으로 우려됐지만, 관세 부과가 90일간 유예되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비수기 진입의 스마트폰 사업을 제외한 전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 따라 7조원으로 이익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1분기 실적으로 저점으로 4분기까지 증액 추세가 기대된다"고 봤다.
이어 "90일 상호 관세 유예는 향후 실적 가시성 확대의 직접적 요인으로 판단되는데 반도체 및 스마트 폰 등 신제품 선행 생산 증대를 통해 북미 유통 채널 공급을 확대할 수 있고 2분기 중 글로벌 생산지 조정 전략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 부문에서 90일 관세 유예로 경쟁자 애플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거란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패권을 두고 다투는 중국에 대해서는 125%가 넘는 고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는데, 애플의 경우 모바일 기기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다변화 한 상황이어서 피해가 적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 2분기 중 국내 정치 상황이 정상화 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희소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정부는 오는 6월 3일 대선을 치루기로 결정했다. 대선 이후에는 정부가 빠르게 정상화 하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설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골든타임'…삼성전자, 어떻게 보낼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관세 부과가 유예된 90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향후 경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본다. 일단 가전, 디스플레이, 모바일 부문에서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2025년형 TV신제품을 선보이면서 국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른 가전에는 인공지능(AI)기술 적용을 늘리면서 보안 등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가전 생산 거점을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및 동유럽 일부 국가로 이미 확대해 놓는 등 생산지 다변화를 추구해 왔다"라며 "본격적으로 생산량 조절에 나서며 관세 부담 최소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내달 중 갤럭시S25 엣지를 시장에 내놓고 연달아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 시리즈를 출시해 갤럭시S25 판매 호조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2분기 계절적 비수기를 갤럭시 S25엣지로 버티고, 3분기부터는 폴더블폰 출시로 흐름을 이어나가는 흐름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있을 폴더블 시리즈 공개 행사에서 3번 접히는 '3단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핵심 사업영역인 반도체의 경우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에 밀리며 SK하이닉스에게 '왕좌'를 내어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대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D램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관세 부과가 본격화 되기 이전 수요를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D램 시장 점유율이 HBM 경쟁력에서 나오고 있고 SK하이닉스의 1강 체제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