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 하면서 삼성전자의 상황이 복잡해졌다. 삼성전자의 매출 중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데다가 매출 규모 자체도 비슷한 상황인데, 현 국제 정세 상 두 나라 중 한 곳으로 무게추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삼성전자는 양 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나가는 모습이다. 두 국가 모두 포기하지 않는 '두 토끼'를 잡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미주', 새로운 '중국'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의 지역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이 64조9275억원, 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미주가 61조3533억원, 29%로 뒤를 이었다. 전체 매출 중 60%가 미국과 중국에서 나오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흐름 상으로는 미주에서는 '안정화', 중국에서의 매출은 '성장세'를 그렸다. 삼성전자의 미주 매출은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5조원가량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59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중국 매출은 지난 2014년 28조원 수준에서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다 2017년 미주 매출액과 비슷한 규모인 45조원 가량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64조원을 넘어서며 미주 매출액을 추월, 최대 매출 국가로 자리잡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10년간 중국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면서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군에 대한 구매력이 생긴 데다가, 국가 차원에서 IT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D램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중국에서 높은 메모리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점,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국 매출액은 앞으로도 미국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중 갈등 격화…균형 맞추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서는 최근 극에 달하고 있는 두 나라의 패권경쟁이 달갑지 않다. 당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1기 시절 두 나라가 무역분쟁에 나섰을 당시 중국에서의 매출이 30%가량 줄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액은 43조743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54조7796억원)과 비교해 16조원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이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당시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한령에 나선 측면도 반영됐기 때문에 매출 감소를 무역분쟁의 여파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관세라는 '채찍'을 무기로 중국과의 교역 중단 압박을 더욱 거세게 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를 일부 우호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중국향 매출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를 거부하면 미국의 보복을 감내해야 한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의 핵심 품목 중 하나가 메모리 등 반도체고 이 품목은 현재 국제 정세에서 전략적 자산으로까지 지위가 올랐다"며 "이 때문에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더욱 상황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삼성전자가 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전략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는 바이든 정부때 반도체 분야에 37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확정지었고 트럼프 2기 취임식에는 31만5000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시진핑 주석을 내방한 데 이어 샤오미, 비야디(BYD) 등 파트너 사 등과 협력 강화를 위한 논의에 나서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에서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라며 "균형감각을 살린 중립 경영을 펼치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