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은 삼성, 판매량은 애플.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기준에 따라 1위가 달라집니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1위를 되찾았지만, 애플은 소비자 판매 기준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했는데요.
이번 분기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와 중저가 A 시리즈 등 출시로 출하량을 늘리며 애플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습니다. 양사 출하량 점유율 격차는 전년 동기 3%p(포인트)에서 올해 1%p로 줄었죠.
판매량 기준에선 애플이 19%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아이폰 보급형 모델 16e의 전략적 출시가 주효했고, 일본과 인도 시장에서의 강한 수요가 애플 판매량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입니다.

누가 진짜 1위?
1개 시장에 2개의 순위표가 나오면서 '누가 진짜 1위인가'를 둘러싼 해석도 복잡해졌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상 업계 내 시장 점유율 분석의 표준으로 활용되는 것은 '출하량'입니다. 보다 일관된 비교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죠.
출하량은 제조사가 유통 채널에 공급한 수량입니다. 각 기업의 생산 및 공급 전략과 직결돼 비교적 명확한 통계 확보가 가능합니다. 기업 실적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IR 자료나 분기 실적 분석에도 사용되죠.
반면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습니다. 실제 소비자에게 인도된 수량을 뜻하지만, 유통망 구조·통신사 프로모션·리퍼비시·리세일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돼 정확한 집계가 어렵습니다. 특히 국가별 유통 구조가 다른 만큼 글로벌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하량은 제조사가 유통사나 리셀러에게 보낸 수량이기 때문에 제조사 자체 통계로 파악이 명확하고 국가별 유통구조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덜 받아 글로벌 시장 비교에 적합하다"며 "판매량은 온·오프라인, 통신사·리셀러 등 판매채널이 다양해 정확한 집계가 어렵고 통계 지연도 많다. 가령 인도처럼 온라인 유통이 강하거나 일본처럼 통신사 중심인 시장 간 데이터 편차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애플은 직접 유통 체계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출하-실판매 간 낙차가 거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처럼 출하량은 공급 중심의 정량 데이터이고, 판매량은 수요 반영이 큰 실질 데이터로 각각의 의미가 있어 최근엔 두 지표를 함께 살피면서 통합 해석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애플 '출하량 급증', 숨겨진 이유
삼성이 의미 있는 반등을 이뤄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이면도 존재합니다. 출하량 기준으로 보더라도 애플의 공세가 전례 없이 거세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스마트폰 6060만대를 출하해 19.9%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에 밀렸던 순위를 한 분기 만에 되찾은 건데요. 갤럭시 S25 시리즈 흥행이 실적 반등을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애플은 5790만대를 출하하며 19.0%를 기록, 단 1%p 차이로 2위에 머물렀죠. 주목할 점은 출하량 증가폭입니다. 삼성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에 그쳤지만, 애플은 10%라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는데요.
애플은 전통적으로 1분기 출하량이 약한 편임에도 불구,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통상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기간은 매년 1분기, 애플은 3분기로 알려집니다. 단순 '삼성의 1위 탈환'이 아닌 '상대적 열세 속 선두'라는 이중적 의미 해석도 가능케 하는 대목입니다.
우선 애플이 이번 분기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6e를 투입한 전략이 먹혔다는 진단입니다. 애플은 2016년·2020년·2022년 이후 3년만인 올 2월 4번째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이 모델은 일본·인도·동남아 등 신흥국 중심 시장서 빠르게 확산, 출하량을 끌어올렸죠.

일각선 애플의 출하량 증가가 실제 수요 확대로 인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재고 비축에 나섰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애플의 인도 내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과 타타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3월 한 달간 20억달러(2조8000억원) 규모의 아이폰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중 무역분쟁 당시에도 관세를 피하기 위해 출하 일정을 조정한 바 있죠.
1위 방어전 나선 삼성…전략은?
이는 삼성전자가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도 이어집니다. 물량 기준 경쟁서 우위를 확보했더라도 글로벌 정세 변화와 경쟁사 유통 전략 변화에 따라 언제든 주도권을 다시 내줄 수 있어서죠.
올 3분기부터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요. 미국발 관세 정책이나 신흥국 보조금 제도 변화 등 외부 변수까지 맞물릴 경우 삼성의 출하 중심 전략은 다시 압박 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단순 출하 확대를 넘어 △소비자 실수요 기반 마케팅 강화 △국가별 유통 전략 다변화 △보급형 라인업 브랜딩 재정립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핵심 전략은 '갤럭시 S25 엣지'입니다. 기존 S 시리즈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두께와 무게를 줄인 슬림형 모델이죠.
애플이 '아이폰 에어'를 선보이며 경량·슬림 트렌드를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 역시 슬림 디자인에 대한 수요를 정조준한 건데요. 업계는 해당 모델이 출하량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북미 시장서 '얇고 가벼운 프리미엄폰'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갤럭시 S25 엣지의 흥행 여부도 향후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다시 선두를 꿰찼지만 구조적 우위라기보다 수치상의 방어에 가깝고, 애플은 정책 변수에 의해 출하량을 조정할 역량이 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글로벌 공급과 실수요 간의 정합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데, 특히 중저가 시장의 브랜드 설계와 채널 전략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애플은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라인업조차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반면 삼성은 중저가 A시리즈와 프리미엄 갤럭시 S시리즈 간 포지셔닝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는 단기 점유율 경쟁에선 유효할 수 있지만 중장기 브랜드 충성도나 이익률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