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아성을 다시한번 무너뜨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추월한데 이어 D램 분야의 글로벌 점유율 1위 타이틀을 가져오면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의 선점 효과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마저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매출 기준 올해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6%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34%, 마이크론이 25%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가 D램 부문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이같은 상황은 예견됐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매출기준 점유율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39.3%로 1위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전분기 41.1%보다는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시장을 SK하이닉스에 내어주는 상황이 연출된 바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낸데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시장 점유율도 앞서기 시작하면서 오랜 기간 지속됐던 삼성전자의 독주를 본격적으로 막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15조1200억원과 23조4673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HBM 시장 선점 효과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였다. HBM이 시장에 나온 이후 복잡한 제조 공정과 가격 등의 이유로 다른 반도체 기업은 외면했지만, SK하이닉스는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고 인공지능(AI)서비스 개발로 인한 HBM 수요가 급증하자 시장 선점에 성공한 바 있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SK하이닉스가 HBM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시장에서 D램을 성공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라며 "특화된 HBM D램 칩의 제조는 매우 까다로웠지만 이를 초기부터 성공적으로 생산해온 기업들이 이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시장 판도를 HBM이 좌우할 것으로 본다. 카운터포인트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현재의 점유율이 올해 2분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HBM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달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늦어도 하반기 부터는 HBM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력 확보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